'실직 스트레스' 동네 곳곳 쇠구슬 탕탕…60대男에 징역 2년

"새 잡기 위해 쇠구슬 쐈다" 주장
재판부 "파렴치하고 뻔뻔한 태도"
실직 스트레스로 동네 곳곳에 쇠구슬을 쏘고 다닌 60대 남성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아파트 창문, 차량 등을 파손시킨 60대 남성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형사5단독(박준범 판사)은 최근 특수재물손괴와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66)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1월29일 아침 7시께 대전 동구의 한 아파트 단지 안 인도에서 미리 준비한 새총으로 쇠구슬을 4층 베란다로 쏴 유리창을 깨뜨린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지만 A씨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고, 주변에서는 쇠구슬만 발견됐다. A씨는 앞서 집 주변 철물점에서 지름 1㎝가량의 쇠구슬 여러개를 두 세 차례에 걸쳐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A씨는 한달에 한번 꼴로 같은 아파트를 오가며 세 차례 주차된 차량에 쇠구슬을 쏴 유리창을 깼고, 심지어 지난해 3월에는 해당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을 향해서도 쇠구슬을 쐈다. 한달 뒤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르던 A씨는 경비원에게 발각되자 승강이를 벌이던 중 경비원의 손가락을 꺾어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히고 나서야 경찰에 붙잡혔다.

법정에서 A씨는 "새를 잡기 위해 새총으로 쇠구슬을 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적이 없는 산이나 들도 아닌 아파트 단지 내에서 새를 잡기 위해 쇠구슬까지 장착해 새총을 쏜 점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일용직 노동자였던 A씨가 실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벌인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범행 대상이 어린이집 베란다 유리창 등으로 심각한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었다"면서 "범행이 충분히 인정되는데도 파렴치하고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반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