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무너지는 일본 중년 남성들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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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30
버림받는 남자들 (捨てられる男たち)
日 남성들의 현실 적나라하게 그려내
男 지배적 직장서 체득한 언어·습관 탓
혁신 가로막는 꼰대 취급 당해
2015년 일본 중년 남성이 겪는 고뇌와 좌절을 소개한 책 《남성표류(男性漂流)》로 일본 사회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오쿠다 쇼코(田祥子)가 이번에는 《버림받는 남자들(捨てられる男たち)》이라는 전작보다 훨씬 노골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선보였다. 1966년생 여성 르포 작가인 오쿠다는 20년 넘게 중년 남성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마타하라’(임신 여성에 대한 괴롭힘), ‘파타하라’(남성 육아에 대한 괴롭힘), ‘파워하라’(상사 갑질 괴롭힘), ‘세쿠하라’(성희롱 괴롭힘) 등 책에는 직장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괴롭힘의 유형이 소개된다. 책에 등장하는 중년 남자들은 부하 직원의 성장을 간절히 바라며, 장시간 노동 문제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여성 직원 채용을 늘리기 위해 애쓰는 등 직장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직장에서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처자식을 돌보기 위한 뜨거운 열정을 지닌 평범한 가장들이다. 그런데 그들이 왜 꼰대 취급을 당하며, 성희롱의 당사자로 지목되고, 망신을 당하면서 자리에서 끌려내려오고 있을까.
저자는 다양한 인터뷰를 통해 ‘무지각적 괴롭힘’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오랫동안 남성 지배적인 직장 문화에서 체득한 언어와 생활 습관이 문제다. 또 다른 문제는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제안과 행동이 오히려 약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임신 또는 육아 중인 여성 직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업무량이 적은 부서로 이동을 제안하지만, 정작 이 제안을 듣는 여성은 경력을 무시하고 멸시하는 괴롭힘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