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두 "연세 법학 100년…다양성·품격있는 법률가 양성"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

주병진 '제임스딘 사건' 계기
국내 '초상권·저작권' 大家 명성

"서초동 송무변호사는 포화
전문성 갖춰 블루오션 개척을"

11~12일 이틀간 학술대회
“올해 연세대가 법학 교육을 한 지 100주년을 맞았습니다. 국내에서 100년의 전통을 지닌 학과를 찾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100년을 이어가기 위해 더 품격 있는 인재를 길러 낼 것입니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장(사진)은 지난 9일 연세대 법학 교육 100주년을 기념해 한국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1921년 연희전문학교에서 유억겸 선생이 법학 교육을 시작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남 원장은 “윤관 전 대법원장, 김석수 전 국무총리, ‘도티’로 유명한 나희선 샌드박스네트워크 창립자까지 다양한 명사가 연세대 법학과를 거쳤다”며 “중세 4대 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법학·철학·의학·신학을 모두 갖춘 학교는 국내에서 연세대가 유일하다”고 했다.

연세대는 법학 교육 100주년을 맞아 11~12일 이틀간 ‘연세 법학 100주년 기념 학술대회’를 연다. 법학 교육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학술대회는 연세대 구성원은 물론 타 학교 석학도 참여한다. 서너 시간 남짓 치러지는 통상의 학술대회와 달리 이틀을 모두 할애해 깊이 있는 토론장을 마련했다는 게 남 원장의 설명이다.

취업난이 심화하면서 로스쿨에 대한 학생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다음달 치러지는 법학적성시험(LEET) 지원자는 역대 최대인 1만3955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학생이 로스쿨 진학을 단순한 ‘취업 수단’으로 여겨선 안 된다는 게 남 원장의 지론이다.남 원장은 “전통적인 관점에서의 법률시장은 이미 변호사가 많아져 안정적이지 않다”며 “스포츠엔터테인먼트, 국제중재, 입법·행정 등 송무 외에 법조인이 활약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해진 만큼 젊은 법조인이 자신의 전문 분야를 갖고 ‘블루오션’을 개척해야 한다”고 했다.

남 원장은 저작권법 분야에서 국내 법조계의 새 지평을 연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1994년 코미디언 주병진 씨가 설립한 속옷 브랜드 ‘제임스 딘’을 놓고 미국 배우 제임스 딘의 유족 및 법률대리인과 주씨가 벌인 소송전을 맡았다. 국내에선 처음으로 ‘초상사용권(퍼블리시티권)’을 놓고 벌어진 송사였다. 그는 “학생이 변호사 시험의 필수 과목 위주로만 공부하는 걸 자주 볼 수 있는데, 남이 눈여겨보지 못한 곳도 공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교가 다양한 인재를 길러 내려면 변호사의 공익 활동인 ‘프로보노(pro bono)’를 더욱 장려해야 한다는 게 남 원장의 주장이다. 사회의 다양한 분야를 경험할 수 있을뿐더러 변호사가 가져야 할 품격·태도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남 원장은 “올가을에는 100주년을 기념한 동문 행사도 열 예정”이라며 “다양하면서도 품격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