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욱의 독서 큐레이션] "왜 일을 해야 하나" 묻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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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삶이 이어지다 보면 자연스레 삶이나 일과 관련한 철학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삶에서 일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일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일이 담고 있는 의미는 한없이 무겁지만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일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에겐 고통과 노역을 의미했다. 누군가에겐 살아갈 목적이자 창조의 근원이었다. 일자리를 갈구하는 자가 있는 반면 끝없는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결코 쉽지 않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에 해법을 제시하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삶으로서의 일》(모르텐 알베크 지음, 김영사)은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경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삶 속에서 일과 일터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짚어본 책이다. 일과 일터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존재다. “근면 성실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라는 옛 표현은 더는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이 일임을 감추지 못한다. 사람들은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일터에서 저울에 올려져 측정당한다. 일 때문에 점점 더 많은 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흔히 거론되는 워라밸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불안과 우울함의 근원이라는 일의 문제를 방치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저 결코 쪼갤 수 없는 시간과 삶을 나눌 수 있다는 착각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저자는 직원들이 일 속에서 의미를 찾고, 소속감을 부여하며, 개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일의 성격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삶이 일을 흡수하고, 일을 내 목적에 종속시키라는 외침이 예사롭지 않다.《철학의 대답들》(케빈 페리 지음, 북캠퍼스)은 삶과 인간, 지식, 언어, 시간, 사랑, 죽음 등 철학사의 오랜 주제를 가로축으로, 소크라테스부터 알랭 드 보통과 리처드 도킨스까지 고대부터 현대의 철학자들을 세로축으로 삼아 중요한 인생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 책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간절한 과정에서 일의 본질은 철학사의 핵심 과제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과 근거로 적기에 실천하는 능력인 ‘프로네시스(실천 지식)’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봤다. 한나 아렌트는 자연을 인공의 세계로 변형시키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노동이라며 주목했다. 그에게 있어 인간의 창조성이 비롯되는 ‘행위’는 노동(일)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초콜릿을 먹거나 볼링을 할 때와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 느끼는 쾌락이 같지 않다고 주장했던 존 스튜어트 밀이 과연 일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했을지도 궁금해진다.《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구마 겐고 지음, 나무생각)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사상이 어떻게 자리 잡고 성장해 왔는지를 되짚어본 작업이다. 저자에게 일상은 ‘이동’이다. 사하라사막을 비롯해 세계 전역을 무대로 건축물을 지어왔다. “영상으로는 섬세한 부분을 놓친다”거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 진심이 전해진다”고 둘러댄 이유의 근저에는 이동 자체를 즐기는 저자의 본성이 담겨 있다.
“인간은 건축물이라는 흔적을 남기면서 이동하는 존재이며 건축가로서 내가 하는 일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에서 일을 대하는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일은 스스로 하는 것,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도 업의 본질을 향해 직진한다.
일이 담고 있는 의미는 한없이 무겁지만 모두가 같은 시선으로 일을 바라본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에겐 고통과 노역을 의미했다. 누군가에겐 살아갈 목적이자 창조의 근원이었다. 일자리를 갈구하는 자가 있는 반면 끝없는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길 원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업(業)의 본질이 무엇인가’라는, 결코 쉽지 않지만 의미 있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에 해법을 제시하는 책 세 권이 새로 나왔다.《삶으로서의 일》(모르텐 알베크 지음, 김영사)은 덴마크의 철학자이자 경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삶 속에서 일과 일터의 의미를 새로운 시각에서 짚어본 책이다. 일과 일터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존재다. “근면 성실은 그 자체가 보상이다”라는 옛 표현은 더는 모든 스트레스의 근원이 일임을 감추지 못한다. 사람들은 일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일터에서 저울에 올려져 측정당한다. 일 때문에 점점 더 많은 병에 걸리는 것은 당연지사다.
흔히 거론되는 워라밸은 대안이 될 수도 없다. 불안과 우울함의 근원이라는 일의 문제를 방치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저 결코 쪼갤 수 없는 시간과 삶을 나눌 수 있다는 착각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저자는 직원들이 일 속에서 의미를 찾고, 소속감을 부여하며, 개인적 성장을 할 수 있도록 일의 성격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삶이 일을 흡수하고, 일을 내 목적에 종속시키라는 외침이 예사롭지 않다.《철학의 대답들》(케빈 페리 지음, 북캠퍼스)은 삶과 인간, 지식, 언어, 시간, 사랑, 죽음 등 철학사의 오랜 주제를 가로축으로, 소크라테스부터 알랭 드 보통과 리처드 도킨스까지 고대부터 현대의 철학자들을 세로축으로 삼아 중요한 인생 문제의 해법을 모색한 책이다.
삶의 의미를 찾는 간절한 과정에서 일의 본질은 철학사의 핵심 과제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올바른 일을 올바른 방식과 근거로 적기에 실천하는 능력인 ‘프로네시스(실천 지식)’가 삶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봤다. 한나 아렌트는 자연을 인공의 세계로 변형시키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노동이라며 주목했다. 그에게 있어 인간의 창조성이 비롯되는 ‘행위’는 노동(일)과 불가분의 관계였다. 초콜릿을 먹거나 볼링을 할 때와 셰익스피어를 읽을 때 느끼는 쾌락이 같지 않다고 주장했던 존 스튜어트 밀이 과연 일의 가치는 어떻게 계산했을지도 궁금해진다.《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구마 겐고 지음, 나무생각)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자신의 건축사상이 어떻게 자리 잡고 성장해 왔는지를 되짚어본 작업이다. 저자에게 일상은 ‘이동’이다. 사하라사막을 비롯해 세계 전역을 무대로 건축물을 지어왔다. “영상으로는 섬세한 부분을 놓친다”거나 “얼굴을 맞대고 대화해야 진심이 전해진다”고 둘러댄 이유의 근저에는 이동 자체를 즐기는 저자의 본성이 담겨 있다.
“인간은 건축물이라는 흔적을 남기면서 이동하는 존재이며 건축가로서 내가 하는 일은 흔적을 남기는 것”이라는 말에서 일을 대하는 그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다. “일은 스스로 하는 것, 스스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말도 업의 본질을 향해 직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