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은 일시적"…인플레이션 공포에도 美증시 오르고, 10년물 금리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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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소비자물가 5% 급등미국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공포는 한층 누그러졌다. 단기 고점을 찍은 만큼 물가 상승률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년 만에 최고치 경신했지만
"물가 단기고점…곧 꺾인다" 우세
15일 Fed, 테이퍼링 논의 안할 듯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0%, 전달에 비해서는 0.6% 올랐다. 2008년 8월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다. 전년 대비 4.7%, 전달보다 0.5% 상승할 것이란 시장 예측을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뛰어 1992년 이후 오름폭이 가장 컸다.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0.78% 오른 14,020.33으로 마감해 3대 지수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45%로, 전날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3일(연 1.4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지수가 뛸 때마다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을 압박했던 패턴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투자자문사인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투자노트에서 “물가 상승세가 수개월 내 꺾일 것이란 징후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넷웨스트마켓의 존 브릭스 글로벌 전략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지수 완화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지난달 CPI 상승분의 30%를 중고차 가격이 차지했다는 점이 이런 판단 근거 중 하나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차량 부품 수급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겼지만 조만간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고차 가격은 전달 대비 7.3% 급등했다.
시장에선 오는 15~16일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Fed의 또 다른 핵심 정책 변수인 고용 역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최근 발표된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5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67만1000명)에 못 미쳤다.일각에선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기업들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순자산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Fed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가계의 순자산은 작년 말보다 3.8%(5조달러) 늘어난 136조9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식(3조2000억달러)과 부동산(9680억달러) 가치가 급등한 덕분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