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세탁소 크린토피아 매물로 [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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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안녕하세요, 한경 마켓인사이트부 M&A팀장 이상은입니다. 지난 2주 간의 딜 소식 전해드립니다.
1. 아워홈 '남매의난'이 남긴 것국내 급식 2위업체 '아워홈'의 대표이사가 바뀌는 데는 두 시간이면 충분했습니다. 여동생 구지은 전 캘리스코 대표는 두 언니와 힘을 합해 오빠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을 몰아냈습니다. 오빠에게 밀려 후계자 자리에서 밀려난 뒤 약 5년 만에 절치부심한 결과입니다. 이날 아워홈 소식에 많은 이들이 '헐, 아니 때가 어느 땐데 장자승계냐'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 10년 전만 해도 아니었을 텐데 시대가 바뀌기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 4일 주주총회가 열리기 전날까지도 구지은 대표는 승리를 기대했지만 확신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2017년, 2019년 등 몇 차례 오빠에게 도전장을 던졌으나 큰언니가 오빠 편을 들면서 무위에 그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날의 결과는 달랐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큰언니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이유도 있습니다. 구 부회장이라고 해서 동생의 이런 움직임을 몰랐을 리가 없습니다. 백기사를 찾으려는 노력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외부 사모펀드나 다른 기업에게 SOS를 친 정황들이 있습니다. 동생과의 갈등을 덮고 경영권을 유지하고 사내이사로 미리 세워둔 아들에게 후계를 물려주기 위해서는 동생을 내보낼 방법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잘 되지를 않았습니다.보복운전이 결정타였습니다. 작년 9월 보복운전을 벌이고 시비가 붙은 상대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자 그대로 자기 차로 돌진해서 사람을 친 사건으로 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유죄 선고를 3일 받았습니다. 그의 선고일 직후로 임시 주주총회를 신청한 것도 구지은 대표의 '계획'에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유죄 선고를 받기 전에도 구 부회장의 행동을 담은 동영상이 언론을 통해 세간에 공개된 상태였습니다. 이 사건은 외부 조력자들이 그를 지원하지 못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른바 'ESG'에 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아워홈은 ESG 문제기업'..백기사 요청에 자본시장도 등 돌렸다는 기사에서 그런 정황들을 소개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워홈이 작년 재무제표를 공개하지 않고 뭉갠 것도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구 부회장은 보복운전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작년 실적도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적자전환한 것으로 나오자 그냥 재무제표를 게시하지 않고, 정기 주주총회도 열지 않고 6월까지 버텼습니다. 이런 회사가 다른 판단은 제대로 할 수 있었을까요? 보복운전이나 재무제표 미공시 등은 모두 이 회사에 관해 대단히 분명한 부정적 시그널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백기사를 못 구한 근본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2. 세탁소 1위 크린토피아, 매물로 나왔다
세탁소 업계의 '지존' 크린토피아, 와이셔츠 입으시는 분들은 많이들 쓰시지요. 1992년 럭키(현 LG화학)을 다니다가 크린토피아를 창업한 이범택 회장과 동생 이범돈 사장이 가지고 있는 지분(100%)을 매각하기로 결정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사모펀드들이 팔라고 많이 요청한 것 같습니다. 한 사모펀드와 현재 매각 여부를 협의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번 딜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일단 한번 오너가 팔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만큼, 다른 사모펀드 등에서 더 좋은 제안을 들고 찾아갈 것으로 예상됩니다.크린토피아는 동네 세탁소가 전부이던 한국에 프랜차이즈 형태로 고객이 직접 세탁물을 갖다 맡기게 하는 비즈니스모델을 처음 도입한 회사입니다. 코인세탁소를 처음 도입한 것도, 운동화 세탁을 처음 도입한 것도 모두 크린토피아였습니다. (중소기업부의 김동현 기자가 이 회사를 자세히 설명한 2019년 기사)시장점유율이 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 매출액은 847억원, 영업이익은 92억원입니다. 2019년에는 828억원 78억원이었습니다. 그래프로 보면 빠른 매출액 증가세와 비교적 탄탄한 영업이익이 아주 '이쁘게' 보입니다.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크린토피아는 작년에 3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당기순이익이 약 70억원인데 이 중 30억원을 주주인 이범택 회장 형제에게 배당하는 데 쓴 셈입니다. (주주에 대한 배당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사모펀드가 가져가면 이 비율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 흥미롭습니다.
3.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나선 글로벌 공룡들
이달 말로 예상되는 한온시스템의 입찰에 참전할 후보자 명단이 속속 드러나는 중입니다. 글로벌 사모펀드와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의 컨소시엄 형태로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딜리뷰에서도 다룬 적 있습니다만 한온시스템의 가장 큰 매력은 자동차산업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바뀌는 와중에도 공조시설만큼은 필요할 것이라는, 그래서 꽤 장기간 생존에 성공할 것이라는 가능성입니다. 내연기관 쪽에 비중을 두고 있는 다른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들로서는 '갈아타고' 싶은 생각이 드는 물건일 것입니다. 현대차가 40%쯤 차지하기는 하지만 폭스바겐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 여러 곳을 골고루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죠.
한앤컴퍼니가 이 회사 지분 50%를 사고 한국타이어가 20%를 샀을 때의 구상은 한국타이어에 팔고 엑싯하겠다는 계획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여러 형편상 이걸 사오기가 쉽지 않아지고, 현대차도 한국타이어에 눈썹을 찡그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매물로 나왔는데, 단점은 이게 처음에 짠 판이 아니다보니 너무 덩치가 크다는 거죠. 시가총액 9조3148억원(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에 70%면 단순 시가로만 6.5조원인데 거기에 프리미엄 조금(!) 끼얹어도 7조원 훅 넘어갑니다.따라서 어지간한 자금력갖고는 명함도 못 내미는 딜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지분만 가져가고 나머지는 나중에 시장에서 팔거나 나중에 추가로 사오거나 아니면 일부만 사오고 한앤컴퍼니 등의 잔여지분은 나중에 같이 엑싯하면 안 되느냐고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모르는 얘기지만, 흘러가는 상황에 따라선 뭐 안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매각 측은 일단은 최대 70% 전부 매각한다, 일부만 팔면 한앤컴과 한국타이어 지분을 비례적으로 판다 이 정도만 정해놓고 있습니다. 다 팔면, 그리고 다 비싸게 팔면 뭐 제일 좋겠죠.
대략 대진표를 짜보면, 칼라일은 LG와 손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LG가 계속 완주하기만 한다면요. 프랑스의 발레오와 미국 베인캐피탈도 한 팀을 꾸렸다고 합니다. 독일 말레도 뛰어들었는데, 아직 FI를 확정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물밑에서 뭐가 진행되고 있겠지요. 블랙스톤 KKR 등도 보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한라공조의 후신 한온시스템을 되찾고 싶은 한라그룹은 여러 방법을 타진해 보다가 일단은 한 발짝 물러선 것 같은데, 그래도 완전 포기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단독입찰은 자금사정상 절대 불가능하고요. 어떤 컨소시엄에 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4. 닭고기 회사 하림은 왜 이스타항공을 사고 싶을까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본입찰이 오는 14일 실시됩니다. 사실 잘 될까 싶었는데 팬오션을 거느리고 있는 닭고기 하면 하, 하림!♬ (....;;)에서 참여하면서 불이 붙었습니다. 쌍방울을 소유하고 있는 광림 컨소시엄도 도전장을 냈고, 다른 후보들도 꽤 있다고 합니다.
대단히 구체적인 일정이 나와 있습니다. 매각을 주관하고 있는 안진회계법인에서 오후 1~3시에 접수를 받습니다. 앞서 인수의향서(LOI)를 냈던 업체들이 구체적인 인수금액과 고용승계 조건 등을 담은 입찰 서류를 낼 예정입니다. 오후 4시30분에 공동관리인 2명과 매각주관사, 이스타항공의 종업원 대표 총 4명이 입찰에 들어온 기업들을 평가해서 15일 회생법원에 선정 결과를 보고하게 됩니다.
이스타항공 인수전에는 팬오션을 내세워 입찰에 참여한 하림과 의류업체 쌍방울을 중심으로 한 컨소시엄, 사모펀드(PEF) 등 10여곳이 뛰어든 상태입니다. 현재 누구인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각공고가 나기 전 이스타항공에 투자하겠다고 한 예비 후보(스토킹 호스)가 있습니다.
입찰에서 제시된 금액을 가지고 회생법원에서 이 스토킹 호스에게 ‘이 금액에 사겠느냐’고 물어보고 2~3일 말미를 줄 예정입니다. 해당 후보가 우선매수권 행사를 하지 않으면 이번 입찰에서 제일 좋은 조건을 제시한 후보가 인수하게 됩니다. 최종 인수예정자를 선정하는 것은 21일께로 전망됩니다. 이후 7월초까지 정밀 실사를 거쳐 투자계약을 체결하게 되고, 이 투자에서 받는 금액을 근거로 이스타항공은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살리겠다는 회생계획안을 만들어서 법원에 제출하게 됩니다.
하림은 팬오션(해운)에 이어 항공까지 가짐으로써 '모빌리티'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구상인 것 같습니다. 하림은 과거 STX그룹에서 팬오션을 샀는데, 당시에 노리는 바는 명확했습니다. 닭고기 회사로서 하림은 상당한 규모의 해운 운송 물량을 항상 가지고 있었고 해운사를 가지면 이를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이익을 더 낼 수 있는 여지가 있었거든요. 이스타항공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 가능할 것 같습니다. 쌍방울의 김정식 이스타항공 추진위원장은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했는데, 쌍방울의 소비자 데이터를 활용하고 문화 콘텐츠 사업과 연계해 이스타항공의 업사이드를 노리겠다고 했습니다. 기사만 봐서는 금세 와닿는 설명은 아니었습니다만, 다각적인 방식으로 회사의 포텐셜을 끌어내겠다는 취지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5. 갑자기 인기 끄는 대우건설..비결은
대우건설도 이달 말 입찰을 합니다. 이스타항공도 대우건설도 다 그동안엔 그게 글쎄 누가 사가냐 하는 느낌이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얘기가 달라졌습니다. 대우건설은 원래 스카이레이크가 DS네트웍스와 함께 콕콕 찔러보고 있었는데 중흥건설이 뛰어들면서 판세가 달아올랐습니다. 여기에 한앤컴퍼니도 진지하게 보고 있고, 지난 주에는 IMM PE까지 나섰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니 올 초까지만 해도 대우건설은 이거 뭐 3년은 걸려야 팔리지 않겠냐고들 했는데, 180도 판이 달라진 것은 시장참여자들의 생각이 바뀌어서인 듯 합니다.
M&A 딜이 핫해지면서 '오늘이 제일 싸다'는 느낌도 있고, 내가 안 사가면 다른 데서 금방 채갈 것 같다는 불안감도 커졌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모펀드가 활성화되면서 구조조정 시장의 흐름이 바뀌고 엑싯도 아주 자유로워졌고요.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것도 예전에는 천천히 '오가닉'하게 성장하는 게 '정상'이라고 여겨졌던 분위기가 지금은 사업부를 떼고 붙이고 팍팍 크는 것도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회사를 사고 파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으로 여겨졌던 기억입니다. 사는 쪽은 공격, 파는 쪽은 수비 같은 느낌도 있었고요. 중소기업이 뭘 개발해도 대기업이 기술을 훔쳐가거나 힘으로 밀어붙이려고 했지 제값을 주고 사면 된다 이런 마인드가 부족하지 않았나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죠. M&A에 대하여 우리사회가 전반적으로 훨씬 열린 태도를 갖게되었음을 스스로도 매일 실감합니다.
6. 이외의 여러가지 딜들
자전거 타시는 분들은 의류 브랜드 '스파이더(SPYDER)'를 잘 아실 듯 합니다. 원래는 글로벌 브랜드인데 이번에 그 판권을 국내 PEF가 샀습니다. 본의 아니게(?) 토종이 된 테일러메이드라든가 타이틀리스트처럼, 국내 자본이 인수해 토종화(..)되는 브랜드들의 목록이 자꾸 길어지고 있습니다.
티맵모빌리티가 한화 계열 캐롯손보의 2대주주가 되었다고 합니다. 모빌리티 회사와 손해보험사는 쿵짝이 잘 맞을 것 같습니다.카카오가 손해보험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카카오는 헤어샵도 하고 요새 진짜 모든 것을 다 합니다. 검찰이나 국가정보원보다 한국인의 모든 것을 잘 아는 것은 이제 네이버와 카카오임이 분명합니다. 그들의 선의를 믿지 못할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어디까지 문어발 확장을 해도 될 것인지 생각해 봐야 할 때입니다. 2주 후에, 그때는 민지혜 기자의 딜리뷰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