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G7+4 정상회의' 한국 위상 결정할 중대 갈림길이다

‘G7+4 정상회의’ 참석차 어제 영국으로 출국한 문재인 대통령의 어깨에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짐이 지워졌다. 주요 7개국(G7)은 국제 정치 및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연례행사지만, 올해는 한국 호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초청해 ‘민주주의 연대’로의 확대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올해 G7 회의는 △보건 △열린사회와 경제 △기후변화와 환경이 슬로건이지만 방점은 ‘반중(反中)연대’에 찍혀 있다. ‘친중’을 의심받아온 한국 정부에 G7이 중대한 도전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국과 달리 대다수 G7은 중국을 “개방된 국제질서에 심각하게 도전하는 나라”로 규정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동조한다. ‘일대일로’ 같은 국가 주도 모델을 밀어붙이는 중국을 어떻게든 저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G7 서밋에 앞서 열린 미·영 정상회담에서 70년 전 루스벨트·처칠의 ‘대서양 동맹(미국·유럽 동맹)’ 복원이 거론된 것도 그런 배경에서다.G7이 글로벌 경제질서 재구축의 출발점 성격을 갖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첨단제조 분야에서 우수 기업을 다수 보유한 한국이 하기에 따라서는 공급망 재구축을 주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이 며칠 전 반도체·배터리·희토류·바이오 분야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 전략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5세대(5G) 이동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질주에 대응하기 위해 G7에 한국 호주 인도를 포함시킨 ‘민주주의 10개국(D10)’을 출범시키자고 제안했다. 기술력의 한국이 중국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이 위기감에 압박 카드를 들고나왔다. 문 대통령의 출국을 코앞에 두고 왕이 중국 외교부 장관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통화에서 “미국의 장단에 휩쓸리지 말라”며 협박하다시피 했다.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이자 전략파트너”라더니, 금방 ‘늑대 외교’로 안면을 바꾸는 중국의 이중성이 적나라하다.

그런데도 청와대에선 G7 초청이 “우리의 국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한가한 논평뿐이다. ‘선택’을 강요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으로 눈속임할 수 있다는 안일한 행태다. 지난달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서 우리나라는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저해, 불안정 또는 위협하는 모든 행위를 반대한다”고 명기함으로써 이미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췄다. 이번 G7+4 회의는 한국이 신뢰할 수 있는 민주국가임을 재확인시킬 절호의 기회다. 그렇지 못하면 위기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