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이벽 요한 세례자 등 133위 시복심사문서 교황청 제출

한국어 사본·영어 번역본 등 13권 분량…심사에 수년 소요 예상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에 대한 교황청의 시복 심사가 본격화한다. 이탈리아 로마와 바티칸을 방문 중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대표단(단장 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은 10일 오전(현지시간) 교황청 시성성을 찾아 이벽 요한 세례자 등의 133위 시복을 위해 국내에서 진행한 시복 예비심사 법정 문서(조서)를 제출했다.

'하느님의 종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는 조선왕조 때인 1785∼1879년 사이 '신앙에 대한 증오'로 죽임을 당한 순교자들이다.

이번에 제출된 문서는 2017년 2월부터 올 3월까지 예비심사 법정에서 작성된 것으로, 분량은 한국어 사본 8권 3천21면, 영어 번역본 5권 1천861면이다. 이날 시성성 차관보인 보구슬라브 투렉 몬시뇰이 문서를 접수하고 주교회의 측에 증명서를 발급했다.

시성성은 주교회의가 추천한 정연정 신부(교황청립 로마 한인신학원장)를 이번 시복 안건의 로마 주재 청원인으로 승인하고 제출된 문서들의 법적 유효성을 교령으로 확인한 뒤 정식으로 시복 심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후 시성성에서 임명한 시복 안건 보고관(relator)이 예비심사 문서를 토대로 최종 심사 자료(포지시오)를 작성해 제출하게 되며, 이 자료가 역사·신학위원회 및 추기경·주교단 심의를 통과하면 교황이 최종적으로 시복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사례에서 보듯 시복 결정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현재 한국 천주교회에는 최초 사제이자 '피의 순교자'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를 비롯한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가 모셔져 있다.

이외에 '하느님의 종 증거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와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사우어 아빠스와 동료 37위' 등 2건의 시복 안건에 대한 교황청의 심사가 진행 중이다.
'땀의 순교자'로 불리는 최양업 신부의 경우 2016년 성덕 심사를 통과해 '가경자'(可敬者)로 선포됐으며, 마지막 기적 심사만 남겨둔 상태다.

가경자는 시복 심사에서 영웅적 성덕이 인정된 '하느님의 종'에게 붙이는 존칭이다.

주교회의 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대표단은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와 박선용 신부(시복시성주교특별위원회 총무), 박동균 신부(이벽 요한 세례자 등 133위 시복 안건 재판관 대리), 김종강 신부(시복 안건 청원인)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전날 시성성 장관인 마르첼로 세메라로 추기경을 예방한 대표단은 이날 시복 예비심사 문서를 제출한 데 이어 오후에는 국무원 외무장관인 폴 갤러거 대주교를 예방해 환담했다.

갤러거 대주교는 남북한을 모두 방문한 외교관으로 한반도 문제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이용훈 주교는 비극적인 역사가 서린 1940년대부터 1958년까지의 한반도 관련 외교문서를 찾아 연구하고 이를 디지털화하고자 하는 한국 교회의 염원을 전달했고 갤러거 대주교는 가능한 선에서 모든 협조를 다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대표단은 11일 교황청의 해외 선교 사업을 총괄하는 부처인 인류복음화성 장관 루이스 안토니오 고킴 타글레 추기경과의 면담을 끝으로 모든 방문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길에 오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