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자 팔도비빔면마저 위협"…출시 3개월 만에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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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팔도 점유율 60% 깨져
농심, 배홍동 비빔면 세달 만에 1900만개 팔려
60주년 맞은 삼양식품, 삼양브랜드 첫 비빔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이마트에서 비빔면 5종 구입"이란 글과 함께 구입 인증샷을 올렸다. 비빔면 성수기를 맞아 이마트 자체브랜드(PB) 피코크의 유림면 비빔메밀을 라면기업 대표 제품들과 배치, 홍보한 것이다. 누리꾼들은 각자 선호하는 비빔면을 덧글로 달며 호응했다.더위에 떨어진 입맛을 특유의 매콤달콤한 맛으로 살려주는 비빔면의 성수기가 왔다. 올해 불볕더위가 예상되면서 한층 주목받고 있다. 비빔면 시장 '부동의 1위' 팔도의 수성 속에 농심과 삼양라면, 풀무원식품 등이 내놓은 '뉴페이스'의 공세가 매섭다.
이른 더위에 비빔면 수요 '쑥'…뉴페이스 '공세'
유통업계에 따르면 날씨가 더워지면서 비빔면 수요가 본격적으로 늘고 있다.13일 이마트에서 날씨가 본격적으로 더워지기 시작한 이달(6월1~10일 기준) 들어 비빔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급증했다. 올해 비빔면의 연간 누적 매출도 2.3% 증가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특수를 누려 비빔면을 비롯한 라면 사재가 수요가 작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호한 실적이란 평가다.
온라인에서도 이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신세계그룹 온라인쇼핑몰 SSG닷컴에서 올해 들어 비빔면 매출은 21% 뛰었다. 같은 기간 전체 라면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농심·삼양라면 이어 CJ제일제당도 '비빔면 뉴페이스' 출격
'면식(麵食)'을 즐기는 소비자라면 올해는 유독 많은 뉴페이스의 참전이 반가울 듯하다.라면업계 1위 농심이 대표적이다. 올 3월 야심작 '배홍동 비빔면(이하 배홍동)'을 선보였다. 제품명 배홍동은 배와 홍고추, 동치미 등 비빔장 주 재료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라면업계 왕좌를 지켜온 농심은 그동안 유독 비빔면 분야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으나 올해는 초기 반응이 뜨겁다. 출시 후 3개월 만에 1900만개가 팔려 2000만개를 목전에 두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추가 공급 요청이 이어져 고속라인에서 제품을 생산, 공급량을 출시 초기 대비 2배가량 늘려 수요에 맞췄다"며 "배홍동이 대형마트에서 비빔면 부문 매출 2위를 달리고 있다"고 설명했다.올해 창립 60주년인 삼양라면도 브랜드를 건 첫 비빔면 제품 '삼양비빔면'을 선보였다. 태양초고추장과 사과, 배, 매실농축액 등을 주축으로 한 양념장에 국내산 아카시아꿀을 더해 '부드러운 단맛'을 표방했다. 출시 3주 만에 약 150만개 넘게 팔리며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풀무원식품은 식풀성 원료로 만든 건면 비빔면으로 틈새 공략에 나섰다. '자연은맛있다 정·백·홍 비빔면'은 각각 식물성 원료로 만든 '정비빔면', 매실간장 비빔면인 '백비빔면', 하늘초 물비빔면인 '홍비빔면'으로 구성됐다.라면기업뿐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 '비비고'는 끓이지 않고 해동만 하면 간편하게 맛볼 수 있는 비빔면인 '비빔유수면'을 내놨다. 삶아낸 면과 고명이 급속 냉동된 상태로 붙어있어 통째로 채반에 놓고 흐르는 물에 풀어주면 맛볼 수 있는 제품이다.
유재석·정우성 등판…굿즈 내놓고 경품 행사도
'빅모델' 카드부터 경품 행사까지 마케팅전도 가열되고 있다.배홍동은 광고모델로 방송인 유재석을 기용했다. 이와 함께 패션편집숍 바인드(BIND),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어프어프(EARP EARP)와 손잡고 굿즈(증정품) 마케팅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잡기에 나섰다.
수성전을 펼치는 '팔도비빔면'은 배우 정우성이 등판했다. 팔도는 라면업계 4위이지만 대표제품 팔도비빔면은 지난해 한 해 1억2000만개가 팔린 비빔면시장 부동의 1위다. 올해는 100만원 기프트카드를 비롯한 경품을 걸고 100% 당첨 이벤트도 마련해 방어전을 진행 중이다.
올해 시장 추이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한때 70~80% 수준에 달했던 팔도의 시장 점유율은 최근 점유율은 60%가 깨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여름 초입이지만 팔도 비빔면의 시장점유율이 한때 55%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60% 사이에서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새 브랜드의 공세가 이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작년 선보여 반응이 상당했던 '진비빔면'은 올해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광고모델을 맡는다. 지난해 3월 출시된 진비빔면은 2개월 만에 2000만개가 팔리며 오뚜기의 히트제품 '진짬뽕'을 넘어서는 호실적을 거둔 바 있다.
이같이 공세를 펴는 이유는 정체된 라면시장과 다르게 비빔면 시장의 성장폭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6년 896억원 수준이던 국내 비빔면 시장은 지난해 1400억원 수준으로 커졌다. 올해는 15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비빔면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올 여름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면서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