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건물 붕괴사고 사흘째…여전한 그 날의 상흔

정차 없이 지나가는 시내버스…잔해 주변에는 추모객이 남긴 꽃·화환
17명이 숨지거나 다친 철거건물 붕괴사고 사흘째를 맞은 11일 광주 동구 재개발지역의 참사 현장은 여전히 그날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폐허로 변한 붕괴건물터에는 전날 오후부터 밤까지 비가 내려 잔해물이 추가로 무너지지 않도록 방수천을 씌우는 안전 조처가 이뤄졌다.

건물 잔해가 덮쳤던 정류장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차량 통행이 재개된 도로를 운행하는 시내버스는 사고 현장에서 정차 없이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내달렸다. 행인의 접근이 차단된 붕괴 현장에는 추모 화환과 꽃도 하나둘 남겨졌다.

전날 한 유튜버 추모객이 건물 잔해 주변에 헌화했다.
이날 오전에는 익명의 시민이 '다시는 이런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길 바라며'라는 글귀를 새긴 화환을 보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남긴 국화 다발도 짤막한 추모 편지와 함께 사고 현장 한편에 놓였다.

건물 파편 속에 남아있을지 모를 매몰자를 찾는 수색은 전날 종료됐으나 잔해더미의 붕괴 등 추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관들은 여전히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담당 기초자치단체인 동구청도 사고 현장 옆에 세운 천막에서 재난사고수습대책본부를 운영 중이다. 붕괴 원인을 조사하는 현장 감식은 사고 사흘째에도 이어지고 있다.

경찰 과학수사대, 안전보건공단 등이 이날 오전 현장 조사를 지속했다.
관계 기관이 전날 합동으로 진행한 현장 감식은 맨눈 검사에 이어 추가 정밀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안전 절차를 외면하고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정황이 드러난 철거작업은 현장 보존을 위해 중단된 상태다.

사고 사흘째에 접어들면서 생존자들의 증상이 일부 호전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졌다.

중상자로 분류됐던 생존자 8명 중 6명이 이날 일반병실로 옮겨져 건강을 되찾는 중이다.

중환자실에 남아있는 1명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정도로 회복했다.

경상자로 재분류된 나머지 1명은 이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4시 22분께 철거공사 중이던 지상 5층짜리 상가건물이 통째로 무너지면서 건물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잔해 아래에 깔렸다. 함몰된 버스 안에 갇힌 17명 가운데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