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준상의 면역항암제 이야기] 다가올 면역항암제의 미래

글 도준상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
암과 싸우기 위한 인류의 노력이 최근 성과를 내고 있다. ‘키트루다’ 같은 면역관문억제제부터 ‘킴리아’ 같은 세포치료제는 암에 대적하기 위한 인류의 새로운 무기로 손꼽힌다. 이 연재는 다양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관련 동향과 과학기술적 배경을 기술할 것이다.
CAR-T 세포의 적응증을 넓히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항원 발굴, CAR 개발, T세포 배양법 개발 등의 다양한 개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할 수 있는 면역세포를 이용하여 암을 치료하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의 항암치료제다. BMS가 2010년 CTLA-4라는 면역관문을 차단하는 항체인 이필리무맙(Ipilimumab)의 전이성 흑색종에 대한 임상 3상에 성공하고 FDA의 승인을 받아 2011년 여보이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면역항암제의 시대가 열렸다.이후 또 다른 면역관문인 PD-1과 PD-1의 리간드인 PD-L1을 차단하는 항체들이 연이어 FDA의 승인을 받고, 현재 폐암, 두경부암, 방광암, 신장암 등 다양한 암종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면역관문억제제 중 하나인 MSD의 ‘키트루다’는 2020년 144억 달러(약 15조 원)의 매출로 전 세계 의약품 중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보였다(1위는 203억 달러 매출의 자가면역질환 치료 항체인 휴미라다). 이는 전년도 대비 30% 가까이 향상된 매출로, PD-1/L1 차단제 기반 면역관문억제제가 항암치료제에서 대세가 되었음을 시사한다.
면역항암제의 시대가 열리다
면역관문억제제와 함께 면역항암제의 시대를 연 것은 키메릭 항원 T세포(CAR-T) 치료제다.
환자의 혈액에서 분리한 T세포에 ‘CAR’ 라는 합성수용체를 주입해 암세포를 인지하고 살해하는 기능을 향상시킨 후 대량 배양하여 다시 주입하는 CAR-T 치료제는 일부 혈액암을 대상으로 임상 시험에서 60~80%의 높은 완전관해율을 나타내 궁극의 암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이며 뜨거운 관심을 끌었다.2017년 노바티스가 최초의 CAR-T 치료제인 킴리아를 출시하였고, 그 뒤로 카이트파마를 119억 달러에 인수한 길리어드가 ‘예스카타’를 출시했다.

면역관문억제제와 CAR-T 치료제의 눈부신 성공에 힘입어 면역항암제는 지난 10년간 항암치료의 변방에서 주류로서 자리 잡았고, 필자는 면역항암제의 역사, 원리 및 현재 개발 동향 등을 정리한 책을 2019년 12월에 출판하기도 했다. 책을 출간한 지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2021년 현재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의 열기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뜨겁다.

PD-1/L1 차단제는 다수의 암종에서 환자의 생존기간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으나 20% 정도의 환자에게만 효능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재 다양한 다른 종류의 치료제와 PD-1/L1 차단제를 병용투여 하는 임상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2020년 9월 기준으로 진행 중임 임상은 전 세계적으로 4400건이다). 관련 임상의 전반적인 동향은 ‘Cancer Research Institute’ 홈페이지*에 잘 정리되어 있다.이는 흥미롭고 중요한 일이지만, 개인이 구체적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추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연재의 주제로 삼기는 너무 크고 방대한 내용이다.


여전히 가능성 큰 세포치료제 시장
면역관문억제제 못지않게 CAR-T 치료제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노바티스는 2020년 4억7000만 달러(약 5000억 원, 전년 대비 68% 증가)의 매출을, 길리어드는 6억1000만 달러(전년 대비 33% 증가)의 CAR-T 치료제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 측면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에 비해 아직 미미하지만, CAR-T 치료제가 현재 CD19를 발현하는 B세포 유래의 특정 혈액암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 가능성 측면에서는 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세포치료제와 유전자치료제가 합쳐져 새로운 치료제를 만들어냈다는 측면에서 향후 많은 기술적 발전도 가능할 것이다.

현재 CAR-T 세포의 적응증을 넓히고 효능을 향상시키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암세포 특이적인 항원의 발굴, 항원에 최적화된 CAR 개발, 다양한 아형(subset)의 T세포 배양법 개발 및 합성생물학과의 접목을 통한 다양한 기능 추가 및 조절 등의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CAR-T 치료제와 관련해 2020년 6월 전 세계적으로 600여 건의 임상이 진행 중인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진행 중이다. CAR-T 세포의 성공으로, NK세포, γδ T세포, NKT세포, 대식세포 등 T세포 이외의 다양한 면역세포를 이용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본 연재에서는 이와 같은 CD19 CAR-T 치료제 성공 이후의 다양한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관련 동향을 근간에 있는 과학기술적 배경을 기반으로 기술할 것이다.
<저자 소개>

도준상 면역학을 공부하는 공학자다. 2006년 MIT에서 화학공학·고분자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UCSF 의대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포스텍 시스템생명공학부·기계공학과 교수로 부임해 11년간 근무했고, 2019년 3월부터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에서 생체재료를 면역치료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면역항암제를 이해하려면 알아야 할 최소한의 것들>이라는 대중서를 집필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