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회계 상담] 바이오 기업 가치 제대로 평가하기

글 김봉수 안세회계법인 상무
회계에서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전환사채(CB) 등 지분전환 옵션이 포함된 투자 방식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바이오 기업의 회계에서 기업가치 평가가 쓰이는 상황 및 방법, 한계점에 대해 짚어봤다.

지분전환 옵션이 포함된 투자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기업가치 변동이 재무제표에 직접 영향을 끼치게 됐다. 투자를 받을 때뿐만 아니라 투자한 회사들 및 사업에 대해서도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가 회계상 주요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기업의 가치를 판단하기 위해 현금흐름할인법(DCF), 주가수익비율(PER), 주가매출비율(PSR)과 같은 기업가치 측정 방법들이 사용된다. 하지만 이를 바이오 회사에 적용하기란 쉽지 않다. 기업가치 평가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다양한 목적을 위해 평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바이오 회사 회계에서 기업가치 평가가 쓰이는 상황과 방법, 그리고 한계점에 대해서도 알아보고자 한다.

기업가치 평가가 중요해진 이유
한 바이오 기업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지정감사를 준비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회계법인으로부터 받아야 할 평가보고서가 30개가 넘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회계감사인은 그동안 회사가 3차례에 걸쳐서 받은 RCPS, 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임직원에게 2회 부여한 스톡옵션, 일부 투자한 회사에 대한 가치까지 평가보고서를 요구했다. 지정감사를 매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도 당황했다.

이미 상장을 한 회사들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주가 변동에 따라 부채와 손익이 요동치면서 실적이 좋아도 손실이 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지 않아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이 나는 현상도 종종 볼 수 있다. 심한 경우 자본잠식까지 이어진다. 몇몇 회사는 가치평가로 인한 이러한 실적 변동에 대해 회사의 실제 현금흐름과는 무관한 평가손실로 인한 현상임을 해명해야 했다. 회사와 주주 모두 이런 현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회사에 대한 가치 평가에 대한 업무의 양과 중요성이 증가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트업은 일반적으로 시리즈A, 시리즈B, 시리즈C를 거치며 여러 번의 투자 유치를 하게 된다. 이때 미래가치만 보고 보통주로 투자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전환권, 신주인수권 등 옵션을 가진 우선주나 사채 형태로 투자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런 옵션에는 전환 시의 조건과 함께 전환가액조정(refixing), 조기상환권, 수의상환권 등 다양한 조건이 들어있다. 이 조건들은 전환가격, 부여 시점 및 현재 시점의 회사 가치와 함께 옵션의 가치를 달라지게 한다. 처음 IPO를 준비하는 회사의 경우에는 각 투자 시리즈에 받았던 시점마다 회사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또한 투자 유형에 따라 달리 주어진 옵션의 조건들에 따라 별도의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수많은 경우의 수가 나오고 그만큼의 평가 업무가 진행돼야 하는 것이다.

IPO를 준비하는 경우라면 더 중요하다. 최근 감사인의 의견이 작게는 상장의 시기, 크게는 상장 여부에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회계감사인은 재무제표에 들어갈 금액에 추정이 많이 들어갈수록 의무적으로 더 자세히 봐야한다. 이를 위해 다른 전문가 의견을 받도록 요구하거나, 평가금액을 산정한 근거 자료에 대해 계속해서 보완을 요구할 수 있다. 상장한 바이오 회사 중 하나는 최근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BW의 옵션 평가의 결과로 인해 부채비율이 1000% 이상 상승했다. 바이오 회사의 특성상 100억 원 미만 가치의 투자 초기부터 IPO까지 기간 사이에 거의 매년 투자를 받는데, 상장 시에는 수천 억, 조 단위까지 가치가 상승한다. 현재 시가와 옵션 계약 당시의 전환가격 차가 커지면 커질수록 재무제표상 파생상품부채와 영업외비용이 커지게 되는 효과가 발생하는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회사의 내재가치와는 무관히 부채가 늘어나게 되므로 당연히 가능한 한 적게 계상하고자 한다. 이 때문에 회계감사인과 마찰이 생기기 일쑤다. 회계감사인은 보수적인 관점으로 회사 가치가 상승했지만 손실로 이어지는 부분은 손실 계상이므로 줄여서 계상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반대로 자회사 지분이나 영업권 같은 자산은 손실평가를 통해 깎으려고 한다. 회사는 이에 야속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전환 가능한 옵션들을 행사해 보통주로 전환하도록 유도해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할 수 없다면, 발생 가능한 상황들을 고려해 회계적으로 철저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의 미래는 스스로가 제일 잘 안다
옵션에 대한 평가 진행 중에 평가대상이 회계적으로 부채 또는 자본인지, 평가방법을 이항모형으로 할 것인지 블랙숄즈 모형으로 할 것인지 등은 사실상 회계법인 등 평가 전문가들의 업무 영역이다.

또한, 이미 결정된 계약조건들에 대한 사후적인 검토사항이므로 감사인이 생각하는 정답에 가까운 의견을 도출할 수 있다. 오히려 회사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회사만이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는 것이다. 상장 전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에는 보편적으로 DCF 방법을 사용하므로, 향후 5년 정도의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추정이 가장 기초가 되는 업무다. 회사의 향후 수익과 비용에 대해 회사의 투자나 지출 계획과 영업 및 시장 전반의 상황을 고려해 산출해야 한다.

물론 까다로운 감사인을 설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사업의 경우 수십 년간의 데이터를 이용해 시장에서의 예측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러나 바이오 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회사의 연구개발을 위한 기술적인 로드맵과 매출 시점, 판매 경로, 판매 방법 등 영업구조를 기초해 예상 수익과 비용으로 숫자를 입혀 미래 추정 재무제표를 만드는 것은 각 부분의 전문가가 모이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 회사의 계획과 업황을 잘 반영함은 물론이고, 회계감사의 감사 포인트에 맞춰 대응할 수 있는 회계 기술적인 준비도 필수적이다. 이렇게 준비하더라도 바이오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까지 예측 과정이 쉽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 감사인과 회사 모두에게 힘든 과정이 아닐 수 없다.

DCF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까
바이오산업이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지는 만큼 미래 추정치에 대한 감사는 매년 강화되고 있다. IPO 등 상장과 관련한 회계감사 결과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현실적으로 IPO 준비 단계의 가장 큰 위험요인을 회계감사로 보는 경우도 있다. 이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DCF의 산출물이 수많은 추정치의 집합이라는 한계점 때문일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추정치의 정합성을 높이는 노력과 함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 노력도 시도되고 있다.

최근 활용되는 다른 평가방법 중 하나가 ‘Back Solve Method’다. 아직 주류 방법으로 채택하기에는 논리적으로 보완이 필요하지만 서서히 많이 쓰이고 있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많은 사례가 있지 않지만, 바이오와 같은 기술 위주의 업종에서 매출 발생 이전에 DCF 적용이 어려울 경우 평가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제3자가 투자한 내역들을 분석해 그 안에 내재된 전환권, 상환권 등 권리를 빼고 남은 보통주의 가치를 역산해내는 방식이다. 분석의 대상은 투자받은 계약서를 토대로 한 명확한 사실들이다.

따라서 평가자에 따라 결과가 늘 달라질 수 있는 DCF에 비해 숫자에 대한 안정성은 높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추론 과정 없이 과거 투자의 결과에서 현재가치를 산출하는 한계점을 내포하고 있다. 유사한 시기의 스톡옵션 가치 평가 등에 사용하고 있으나 아직 주류로 사용되기에는 이른 듯하다.
<저자 소개>

김봉수 안세회계법인 상무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삼일회계법인, PWC 컨설팅을 거쳐 현재 안세회계법인 상무로 재직 중이다. 법원 특수분야 감정인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주로 바이오 기업의 회계를 담당하고 있다.


*이 글은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6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