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손정민 사건' 수사 막바지…고소·고발전 계속

친구 A씨측 법적대응 나서자 유튜버 등 맞대응
40여일 수사에도 A씨 혐의점 안 나와…조만간 마무리
심야에 한강 둔치에서 친구와 술을 마신 후 실종된 의대생 손정민씨가 수중에서 익사체로 발견된 지 40여일이 흘렀다.경찰이 중요 강력사건과 맞먹는 인력을 투입해 사망 경위 규명작업을 벌이고 각종 의혹을 해소할 단서를 차례로 발견하면서 사건 실체에 관한 수사는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이 커지는 과정에서 각종 가짜뉴스가 난무한 데다가 이를 놓고 고소·고발이 이어져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경찰 수사는 '본류'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 손씨 시신 발견 이후 음모론 이어져
지난 4월 30일 손씨의 시신이 발견된 직후부터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음모론이 제기됐다.손씨 죽음이 단순 사고사가 아니며, 실종 당일 함께 술을 마신 친구 A씨가 관련돼 있으리라는 주장이었다.

믿을 만한 구체적 근거는 없었지만, A씨 가족이나 친인척이 경찰 고위직 등 유력인사라는 가짜뉴스가 더해진 데다가 많은 누리꾼이 별다른 검증 없이 동조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A씨의 친인척으로 지목된 당사자들은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지만 루머는 또 다른 형태로 변주됐다.A씨 아버지에 대한 의혹이 해명되면 어머니·외삼촌 등에 대한 루머로 확산됐다.

결국 A씨 측은 지난달 2차례 입장을 내 A씨 가족과 친인척 중 수사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인사가 전혀 없다고 밝히며 여러 의혹에 선을 그었다.

경찰도 의혹 해명을 위해 수사가 완료되지 않은 사건의 중간 결과를 홈페이지에 문서로 공개했다.하지만 의혹 제기와 가짜뉴스는 멈추지 않았다.

유튜버와 누리꾼들은 영상·게시글·댓글로 A씨에 관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여러 차례 "억측을 멈춰 달라"고 호소했던 A씨 측은 결국 이달 들어 법적 대응에 나섰다.

◇ 의혹 제기·가짜 뉴스에 고소·고발 잇달아
A씨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대표변호사는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가 자신의 청탁을 받고 A씨 측에게 우호적인 내용을 방송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유튜버 '직끔TV'를 지난 1일 경찰에 고소했다.

원앤파트너스는 이어 유튜버 '종이의 TV'도 추가로 고소하면서 A씨를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한 다른 유튜버와 누리꾼 등도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종이의 TV' 운영자 박모씨는 자신을 비판한 누리꾼들을 지난 8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손씨 사인을 규명한다는 모임 '한강 의대생 사건의 진실을 찾는 사람들'은 경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다며 지난 3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들을 허위공문서 작성과 행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지난 11일에는 A씨와 그의 부모도 검찰에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고, 손씨 부모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알 제작진도 고발 대상에 올렸다.

경찰은 고소·고발과 별개로 경찰청장 등이 거론된 손씨 관련 가짜뉴스 사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 이례적 수사인력 투입…남은 의문 해소 주력
경찰에 따르면 손씨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서초서의 7개 강력팀 35명 전원이 한 달 넘게 투입됐다.

일반적인 사건 수사 인력보다 훨씬 큰 규모다.

경찰은 손씨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반포한강공원 인근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하고 해당 시간대 공원을 출입한 차들의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손씨와 A씨가 술을 마시던 돗자리 반경 50m 이내에 머무른 목격자들을 찾아 진술도 확보했다.

의혹이 집중된 A씨에 대해선 법최면과 프로파일러 면담 등 7차례 조사를 했고, A씨 가족의 휴대전화와 차량 블랙박스 등도 포렌식하는 등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지난달 30일 발견된 A씨 휴대전화 역시 포렌식은 물론 혈흔·유전자 반응 확인작업까지 벌였다.

지금까지 수사에서 드러난 모든 단서에서는 A씨의 범죄 혐의점이 전혀 나오지 않아 경찰이 조만간 사건을 사고사로 종결하리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린다.다만 경찰은 수사 결과를 마지막까지 예단하지 않고 손씨가 물에 들어가게 된 경위 등 남은 의문점을 최대한 확인한 뒤 사건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