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날아든 진객…새끼 양육 바쁜 제천 제비마을

올해도 처마밑 둥지 30여곳서 제비가족 합창소리 요란

'지지배배 지지배배∼'
요즘 충북 제천시 수산면 중심지는 제비들의 경쾌한 합창이 끊이지 않는다. 어미 제비들은 이곳저곳을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먹이활동에 여념 없고, 상가나 주택 벽면에 붙어 있는 둥지에서는 알에서 부화한 새끼들이 입을 벌리며 어미를 기다리고 있다.
수산면 수산1리는 제비마을로 통한다.

수산면행정복지센터 앞에 복제비 조형물이 설치돼 있고, 건물마다 제비 관련 문패가 달려있다. 제비집 바로 아래에는 배설물 받침대도 달려 있다.

복제비 조형물에는 '봄이 되면 많은 제비가 찾아와 150여 개의 둥지에서 살고, 1천여 마리의 제비 식구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남쪽으로 간다'고 기록돼 있다.
예전보다 줄긴 했지만, 지금도 이 지역에는 30∼40개가 넘는 제비 둥지가 있다. 청정한 수산면의 진흙이나 짚이 둥지를 짓거나 보수하기에 적합하고 먹이가 풍부해 제비들이 매년 찾아오는 것 같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봄부터 가을까지 제비와 한 식구처럼 살다 보니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박수희(59) 수산면 주민자치위원은 12일 "한 아주머니가 들마루에 앉아 있는데 강남 가려는 제비가 옆에 와서 마치 인사를 하듯이 아쉬워했다는 얘기도 있고, 어느 아주머니가 머리맡에 배설한 제비한테 '다른 곳에 집을 지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인근에 다시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았다는 말도 들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때까치가 알을 빼앗아가는 경우도 있다는데 수산의 서식 환경이 좋다 보니 제비들이 많이 찾아온다"며 "제비들이 강남으로 갈 때쯤이면 개체 수가 매우 많아지는데 전깃줄에 일렬로 앉아있는 모습은 장관"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