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중국 일대일로 맞불용 구상 마련"…경제영토 확장경쟁 격화(종합2보)

백악관 "더나은 세계재건 구상 출범 합의…태스크포스 구성키로"
바이든 '중국 강제노동 규탄' 성명 반영 강력 요구…국가별 온도차
주요7개국(G7) 정상들이 중국의 거대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대응해 새로운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십 구축에 합의했다고 미국 백악관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미중 간 갈등 고조 속에 패권 경쟁이 점점 격화하는 가운데 인프라 투자와 경제 영토 확장을 둘러싼 서방 진영과 중국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백악관은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 G7 정상회의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방안을 논의했다며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재건'(Build Back Better World·B3W) 출범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구상은 중소득국과 저소득국의 인프라 개발 요구에 부응하려는 것이다. 백악관은 개발도상국의 40조 달러 인프라 요구를 돕기 위해 G7을 비롯한 주요 민주주의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라면서 높은 기준의 가치를 지향하는 투명한 인프라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B3W는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고 억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추진해온 중국의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로, 철도·항만·고속도로 등을 비롯한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뼈대로 한다. 중국은 이를 통해 전 세계 100여 개국과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G7 국가에서는 유일하게 이탈리아가 참여하고 있다.
서방 진영은 일대일로가 인프라 투자와 대출을 고리로 아시아, 아프리카 등지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자원 확보, 경제 영토 확장 등을 노린 중국의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대출이 이들 국가를 '빚의 함정'에 빠뜨리는가 하면, 불투명하고 강압적 방식의 운영으로 인해 그동안 구축한 민주적이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훼손한다는 비판적 인식이 매우 강하다.

미 당국자는 "이것은 단지 중국과 충돌하거나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다"라며 "지금까지 우리는 우리의 가치와 기준, 업무방식을 반영하기 위한 긍정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B3W가 중남미에서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지역에 걸쳐 통일된 비전을 갖추고, 국제적, 국가별 개발금융기구는 물론 민간 분야도 동원해 인프라 투자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미국 주도로 앞으로 몇 년간 개발도상국에 수천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G7은 물론 같은 생각을 지닌 국가들과 더욱 강력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조율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전염병 대유행 극복과 경기 회복, 인종차별 등 미국 내 갈등 해소를 위해 작년 대선 기간부터 내건 슬로건이다.

대중 포위망 구축을 위한 동맹 규합에도 같은 용어를 쓴 것이다.

다만 중국에 강공책을 펼치는 미국과 달리 G7 중엔 중국과 경제적 관계 등을 고려해 과한 압박이나 강경일변도로 나가는 데 우려를 표명하는 국가도 있어 얼마나 효과적인 단일대오를 형성할지는 지켜볼 부분이다.

AP통신은 "모든 유럽 강국이 중국을 바이든 대통령만큼 냉혹하게 본 것은 아니었다"며 "그러나 유럽이 중국에 대해 좀 더 철저한 검토를 하려는 의향이 있다는 신호는 있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B3W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고 궁극적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가 이뤄질지는 당장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G7 정상회의에서 중국 신장 위구르족과 소수민족을 겨냥한 중국의 강제노동 관행에 대해 공개적으로 규탄하는 내용을 공동성명에 반영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이 사안과 관련해 중국을 밀어붙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관해 다양한 견해가 있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강한 성명을 낼 필요성에 대해 "단호한 언급"을 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일부 유럽 국가가 중국과 분열을 우려해 주저한다며 G7 정상이 이런 조처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을 탄압했다며 '집단학살'(genocide)로 규정하고 관계자 제재, 강제노동에 연루된 상품 수입 금지 등 잇단 강경 조처를 내놓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