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해양-대우조선 기업결합 EU 심사 상반기내 결정 힘들듯

EU 경쟁분과위, 연합뉴스 질의에 "조사 여전히 중단 상태"
심사 요청 6개국 중 EU·한국·일본서 승인 못 받아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과 관련한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상반기 내 마무리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중단된 조사가 현재까지 재개되지 않은 것이 공식 확인됐기 때문이다.
EU 집행위원회 산하 경쟁분과위 대변인인 마리아 초니는 13일 기업결합심사 재개 여부를 묻는 연합뉴스의 서면질의에 "지난해 7월 13일 위원회는 현대중공업그룹(HHIH)의 대우조선해양(DSME) 인수에 대한 심층 조사를 중단(has stopped the clock)했다"면서 "조사는 여전히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EU 측에서 기업결합심사 진행 상황을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세 번이나 일시 유예했다.

초니 대변인은 조사 지연 이유를 묻는 말에 "인수합병과 관련해서 당사자들이 위원회가 요청한 중요한 정보를 적절한 시간 내(in a timely fashion) 제공하지 않을 경우 조사는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수합병 기한을 준수하기 위해선 당사자는 조사에 필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위원회의 조사 중단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당사자들이 누락된 정보를 제공하면 조사는 다시 시작되고, 이에 따라 위원회 결정 기한이 조정된다"고 덧붙였다.

초니 대변인은 누락된 정보가 어떤 것인지는 정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인수합병에 따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 독점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LNG 운반선 선사들이 몰려있는 지역으로, 한국조선해양이 대형화를 통해 가격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가장 부담스러워한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 한국조선해양의 LNG시장 시장점유율은 60%로 커진다.
EU 측에서 조사 중단을 공식적으로 확인하면서 기업결합심사 결과가 이달 내 나오긴 어려울 전망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한국조선해양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언급하며 "기업결합 심사가 다소 늦어지곤 있지만 늦어도 올해 상반기 내 모든 것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EU 심사가 예상보다 많이 지연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초 인수 기한을 연장하는 수정계약을 산업은행과 체결하기도 했다.

' 한국조선해양은 산업은행과 체결한 현물출자 및 투자계약 기한을 기존 지난해 9월 30일에서 올해 6월 30일로 연장하고, 대우조선해양 신주인수권을 취득하는 기한도 올해 12월 31일로 늘렸다.

한국조선해양은 2019년 7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6개국에 기업결합심사를 신청했고,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 중국의 승인은 완료한 상태다.

EU를 비롯해 한국과 일본에선 심사가 진행중인데 일각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내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업결합심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