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쟁을 뛰어넘은 음악과 사랑…영화 '크레센도'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실화 바탕

아르헨티나 태생의 유대인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과 팔레스타인 태생의 석학 에드워드 사이드는 1999년 꿈의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나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음악도를 모아 오케스트라를 창단한 것. 오케스트라의 이름은 동서 문명의 화합을 염원한 괴테의 시집에서 따온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였다.

바렌보임이 이끄는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는 2011년 광복절에 임진각에서 열린 평화 콘서트에서 베토벤의 '합창'을 선보이기도 했다.

영화 '크레센도'는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의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극 영화다. 여전히 서로 총을 겨누고 폭탄을 터뜨리며 서로에게 뿌리 깊은 증오를 품고 있는 두 나라의 피 끓는 청춘들이 한 공간에서 만나 음악과 사랑의 힘으로 한 발짝씩 다가서는 과정이 귀에 익숙한 클래식 음악과 함께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적인 지휘자 에두아르트(페테르 시모니슈에크)가 이끄는 평화 콘서트에 합류하기 위해 오디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두 나라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스라엘의 바이올리니스트는 평화로운 가운데 여유 있는 미소를 머금고 연주를 하지만, 팔레스타인의 바이올리니스트는 최루탄 연기 속에서 양파 냄새를 맡으면서 이를 악물고 연습한다. 오디션이 열리는 텔아비브까지 이스라엘 연주자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오지만, 팔레스타인 연주자들은 적대적인 이스라엘 군인이 지키고 있는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거장과 함께하고픈 음악도들이 모였지만, 아슬아슬하게 거리를 유지하던 양쪽의 긴장은 결국 폭발하고야 만다.

이들이 함께하는 연주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척은 고스란히 드러난다. 에두아르트는 서로가 서로의 연주를 듣지 않고 소통하지 않음을 지적하며 연주 연습 대신 대화와 토론의 자리를 이어간다.
넘지 않기로 약속한 금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채 울분과 화, 반감을 쏟아내던 청년들은 등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의 눈을 응시하며 그저 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식해 간다.

서로의 유대인 모자와 히잡을 써보자는 제안에 가장 먼저 나선 건 초반의 격렬한 싸움에서 물러서 있던, 가장 소심하고 유약한 팔레스타인 클라리넷 연주자 오마르와 이스라엘의 프렌치 호른 연주자 쉬라였다.

텔아비브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드로 자하비 감독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적 갈등을 다룬 장편 영화 '포 마이 파더'를 연출하기도 했다. 6월 24일 개봉.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