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가라앉는 배를 붙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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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라이피스트<프롤로그>
복잡한 삶 속에서 우리는 매일 절망과 희망 그리고 행복과 불행의 교차로에서 살아간다. 그만큼 인생은 힘든 여정이다. 하지만 누군가의 사랑을 얻고 위로받게 되면, 가라앉는 배를 무사히 행복의 섬으로 이끌 수 있다. 영화<원스(Once), 2006>에서 우연히 만난 두 남녀는 서로를 인정하고 격려하면서 절망의 깊은 구렁텅이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비록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 현실이지만, 자신에게 새로운 힘을 준 여자에게 남자는 모든 것을 털어 사랑 대신 그녀를 자유롭게 할 피아노를 선물하고 떠나간다. 이미 그는 그녀에게서 살아갈 용기와 힘을 선물받았기 때문이다.< 영화 줄거리 요약>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의 밤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버스킹을 하는 남자(글렌 핸사드 분)는 우연히 꽃을 파는 여인(마르게타 이글로바 분)을 만나게 된다. 서로 마음속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던 그들은 음악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치유를 하게 된다. 남자는 그녀와의 협업으로 용기를 얻어 런던에서 뮤지션으로 새 출발을 준비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그녀에 대한 애틋함이 싹트고 같이 할 것을 제의하지만, 그녀는 아이를 위한 가정의 재건을 위해 이별을 표시한다. 그런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며 그녀에게 가장 필요한 피아노를 선물하며 떠나게 되고 그녀 역시 그가 준 피아노를 치며 삶의 과정에서 얻은 그와의 특별한 추억에 감사한다.<관전 포인트>
A. 제목 원스(Once)가 의미하는 것은?
서로 접점이 없던 사람들도 음악을 듣는 한순간이 운명적 만남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남자와 아이를 기르며 꽃을 파는 여자는 음악을 통해 서로가 깊이 교감하고 친밀해졌고, 데모 음반을 만들기 위해 만난 뮤지션들도 연주를 통해 한순간 가까워지는 모습에서 음악은 영혼을 정화하고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오묘함을 체감할 수 있다. 단 한 번의 만남에서 서로의 인생이 희망적으로 승화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B. 두 남녀의 상처는?
@남자: 깊이 사랑하던 여자가 있었지만 서로의 오해로 헤어지고 지금은 더블린에서 낮에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진공청소기 수리센터에서 일을 돕고 밤에는 길거리에서 기타를 치며 방랑자적 생활을 하고 있다.
@여자: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이민자로 고향의 남편과 별거 후 어머니와 함께 어린 딸 이본카를 키우며 꽃을 팔아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처음 만난 남자에게 진공청소기를 고쳐달라고 하고 녹음실 사용료를 깎는 모습에서 현실 속 솔직함과 강인함을 느낄 수 있다.
C. 두 남녀가 음악을 통해 좌절을 극복하는 과정은?
깊은 상처를 지닌 두 남녀는 음악을 같이 만들고 연주하면서 아픈 영혼을 치유하게 되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얻게 된다.
@남자: 뮤직 데모 테이프를 만들어 런던으로 가서 뮤지션으로서의 새 삶을 준비하던 그는 헤어진 여자친구와도 전화통화하여 다시 만나볼 용기를 내게 된다.
@여자: 반주와 화음의 기회를 통해 자신의 음악적 재능에 자신감을 가진 그녀는 작사도 도우면서 활력을 얻어 남편과의 재결합을 통해 딸의 행복을 만들어 준다.
D. 음악 속 유명한 OST는?
아름다운 음악이 많이 나오지만 그중 아카데미 주제가 상을 받은 <폴링 슬로리>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받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희망을 얻는 과정을 보여준다. 존 카니 감독의 <비긴 어게인(Begin again), 2013>에서도 상처 입은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치유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내용이 나온다.
E. 남자가 런던으로 떠나며 여자에게 제의한 것은?
여자를 통해 치유와 자신감을 얻은 남자는 여자에게 런던으로 같이 가서 뮤지션 생활을 같이 하자고 제의하나, 여자는 딸과 가정을 택하며 거절한다. 남자는 그런 그녀의 결정을 존중하며 평소 악기상에서 공짜 피아노를 치던 그녀에게 피아노를 사서 집으로 보내준다. 마치 노래 가사 속 "가라앉는 이배를 붙잡아줘"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자신에게 새 삶을 살아갈 용기를 준 그녀에게 새로운 자유를 선사한 것이다.
<에필로그>
현실 속 보통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듯한 흔들리는 카메라, 소음 섞인 대화, 거치고 어눌한 연기자들의 모습들 속에서 정제되지 않은 먼 기억속 추억을 들추는듯한 아련함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 힘들어할 때 자신의 모든 것을 털어 피아노를 선물할 용기를 낼 수 있다면 그 피아노는 다시 자유와 희망의 메아리가 되어 자신에게 행복을 선물해 줄 것이 확실하다.<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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