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건물 붕괴' 재개발조합까지 수사 확대하나

재하도급 관여·유착 여부 조사할듯…학동4구역 2천300세대 사업 제동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현장에서 불법 재하도급 정황이 드러나면서 재개발조합까지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광주경찰청 전담 수사본부(박정보 수사본부장)는 13일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철거업체 관계자, 감리회사 대표 등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입건된 현장 관계자와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동구청 공무원 등 20여명을 소환 조사했다.

철거 과정에서 재하도급이 확인된 만큼 유착 관계가 드러나면 재개발 조합 관계자도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재개발조합 측은 다원이앤씨와 석면과 지장물 철거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다원이앤씨는 석면 철거를 백솔건설에 불법 재하도급을 줬고 지장물 철거도 다른 업체에 재하도급을 줬는지 경찰이 조사 중이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일반건축물 철거의 경우 재개발사업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에, 한솔기업이 다시 백솔건설에 재하도급을 줬다.업계에서는 다단계 재하도급을 하면서 공사 비용이 줄었을 것이고 인건비와 장비 임대 비용 등을 줄이려고 무리하게 기간을 단축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광주 현장사무소, 한솔기업, 백솔건설, 감리업체 등을 압수수색했고 이 과정에서 이면 계약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철거업체 선정 및 계약 과정에서 브로커가 개입하거나 조합, 시공사, 업체 간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가 조합까지 연관된 것으로 밝혀지면 16년간 진행해온 재개발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학동4구역은 2005년 재개발추진위원회 설립 이후 2007년 8월 주택 재개발정비사업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다.

조합 측은 2017년 2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뒤 2018년 2월 현대산업개발을 4천631억원 규모(29층 아파트 19개 동·2천314세대)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했다.

올해 9월 일반분양을 한 뒤 3년 6개월가량 공사를 거쳐 입주가 예상됐다.

그러나 철거가 9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안전 규정 미준수와 법규 위반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재개발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시민들은 조합 집행부 교체를 넘어 즉각 공사 중단과 조합, 시공사, 철거 업체의 사과와 법적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 광주 동구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지상 5층 규모 건물이 무너지면서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한 대가 잔해에 매몰됐다.이로 인해 버스 탑승자 17명이 사망했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