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외국인 '6월 톱픽'은 기아·현대차·삼성S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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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2차전지 동반 베팅하는 이유물가 상승으로 인한 긴축 우려가 커지면서 주식시장이 뚜렷한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자동차 등 실적개선주에 동반 베팅해 눈길을 끈다. 금리 하향 안정화에 힘입어 그동안 외면받았던 2차전지 등 성장주에도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車 반도체 수급 개선
'보복소비 효과' 기대
기아, 이달 4.9% 상승
발목잡던 금리 안정화
성장株 배터리 다시 담아
하이브·카카오게임즈 등
엔터·게임株도 관심
자동차·2차전지에 러브콜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1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3111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은 590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이처럼 시장 전반에 대한 베팅은 외국인과 기관 사이에 온도 차가 나타났지만 양측 모두 긍정적으로 보는 종목이 적잖이 감지됐다. 이달 외국인과 기관이 동반 순매수한 종목을 집계한 결과 기아(순매수 합계 3711억원)와 현대차(1642억원)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기아는 4.9%, 현대차는 1.49% 올랐다. 모두 코스피지수 상승폭(1.41%)을 웃돌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차질이 개선되고 보복 소비에 힘입어 자동차 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감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3월부터 미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엔 미국에서 포드보다 1만3523대를 더 파는 등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205%와 767% 급증한 1조8031억원, 1조26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2차전지 관련주도 동시에 담았다. 외국인과 기관이 세 번째로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SDI로 9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4위는 2차전지 동박사업을 하는 SKC로 666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전기차 배터리용 양극재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비엠에도 총 511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2차전지 관련주들은 대표적인 성장주로, 최근 두세 달 동안 금리가 상승하며 발목을 잡혔다. 그러나 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하향 안정화되자 다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친환경 관련주에도 눈길이 쏠렸다. 외국인과 기관은 현대로템을 461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철도차량과 방위사업이 주력인 현대로템은 수소 인프라 사업을 신사업으로 내걸고 있다. 4월엔 수소를 연료로 사용한 노면전차를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바이오·콘텐츠株에도 눈길
일부 바이오주에도 수급이 몰렸다. 기관과 외국인은 셀트리온헬스케어를 총 628억원, 삼성바이오로직스를 445억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5,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달 초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치매 치료제 ‘아두카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으면서 바이오주 투자 심리를 끌어올린 영향이다.여름을 앞두고 콘텐츠 업종에 대한 관심도 눈에 띄었다. 외국인과 기관은 하이브를 626억원어치 사들이며 합계 순매수 4위를 기록했다. 하이브 매출을 책임지는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1일 새 싱글 ‘버터(Butter)’를 발표한 데 이어 올여름 새 앨범을 발매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게임즈는 개인과 외국인이 총 444억원어치(순매수 10위) 사들였다. 올여름 신작 ‘오딘: 발할라 라이징 한국’을 출시하며 실적 모멘텀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증권가에선 개별 종목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기관과 외국인 수급이 동시에 쏠리는 종목이 유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외국인이 주목한 종목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한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5월과 같이 외국인 자금 이탈이 강했던 시기에도 선별적으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업종·종목은 성과가 우수했다”며 “수급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환경에서는 외국인 투자 전략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