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도 짐 싼다"…은행권 인력 구조조정 '가속화' [이슈+]

신한은행, 올해 40대 대상 희망퇴직 신청 받아
KB국민·농협·하나도 40대 대상 희망퇴직 실시
30대 은행원도 "기회 있으면 희망퇴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은행권에서 40대 직원들도 희망퇴직에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통상 희망퇴직 대상자는 임금피크제를 앞둔 50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연령대가 넓어진 것이다. 점포 수 감소와 같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따라 빠르게 인생 2막을 열고자하는 직원들이 늘어난 결과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올해 들어 두 번째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올해 1월 희망퇴직을 통해 220명이 떠난 데 이어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것이다. 한 해에 희망퇴직 신청을 두 번이나 받는 것은 처음이다.현장 직원들의 희망퇴직 요구가 컸던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며 "직원들의 니즈와 안정적인 제2의 인생 지원을 위해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40대까지 확대됐다. 희망퇴직 신청대상은 △부지점장 이상 일반직 전직원 △4급 이하 일반직 △RS직 △무기계약인력 △관리지원계약인력 중 1972년 이전 출생하고 15년 이상 근속직원이 대상이다. 희망퇴직자에겐 연차와 직급에 따라 최대 36개월의 특별퇴직금이 지급되며, 신청은 이날까지다.

국민은행도 올해 40대 대상 희망퇴직…디지털 전환에 '위기감' 팽배

이미 은행권에서 40대 직원 대상 희망퇴직이 정례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KB국민은행도 희망퇴직 연령을 40대 후반으로 넓혀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1월 실시한 희망퇴직에선 800명이 은행을 떠났다. 이는 지난해 임금피크제 희망퇴직(462명)보다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희망퇴직 대상은 1964∼1967년생이었지만, 올해는 1965∼1973년생으로 확대된 영향이다. 만 48∼49세 직원에게도 희망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서, 40대 후반 수백명이 은행을 떠난 것으로 추정된다.NH농협은행은 최근 3년간 만 40세 이상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둔 직원에 더해 40대의 만 10년 이상 근무한 직원도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이다.

하나은행은 만 40세 이상 '준정년 특별퇴직'을 연간 2회 정례적으로 실시해 왔다. 지난해 12월엔 근속연수 15년 이상·40세 이상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올해도 준정년 특별퇴직 실시를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인력의 선순환 구조와 직원들에게 전직 기회를 빠르게 주고자 제도적으로 진행해왔던 부분"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40대 직원들도 희망퇴직에 나서는 배경은 디지털 전환 때문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지난해 1년 동안 236개 점포의 문을 닫았다. 이와 맞물려 채용 트렌드도 변화했다. 올해는 공채 대신 디지털 수시채용만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에 디지털·ICT 인재를 뽑았으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이 분야의 신입행원 수시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런 분위기에 전직을 고민하는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다. 한 30대 시중은행 직원은 "근속연수 10년을 채우고, 10년 기준으로 회사가 희망퇴직자를 받으면 좋을 것 같다"며 "임원급으로 가기 힘들다면 차라리 빨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낫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추가로 은행권 내 희망퇴직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소매금융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한국씨티은행도 명예퇴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금융사에서 '전체 직원 고용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신입 행원 공채가 10년가량 없었던 만큼, 근속연수가 긴 직원들이 많아 인건비가 높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