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검사인데…" 전화금융사기 70억 가로챈 4개 조직 검거

경찰 보이스피싱 4개 조직 31명 검거…전화번호 변작 3명도 구속
부산에 사는 중년 A씨는 2019년 11월 말 휴대전화 한 통을 받았다. 자신을 검사라고 밝힌 남성은 A씨에게 "본인 명의가 도용돼 개설된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됐다"며 "피의자 신분이 됐고 혐의를 벗으려면 통장에 있는 돈을 뽑아 금융감독원에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A씨는 주택담보대출 4억5천만원 등 5억원을 금융권에서 빌렸고, 통장에 있던 돈 2억원도 인출했다.

A씨는 이후 한 달간 현금 7억원을 9차례에 걸쳐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게 넘겼다. 전화금융사기로 수십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4개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 금융사기수사팀은 전화금융사기로 300여 명에게서 7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보이스피싱 콜센터 4개 조직 상담원 23명을 붙잡아 16명을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또 피해자를 만나 돈을 건네받은 대면 편취책 8명을 검거해 5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들은 중국 등지에서 전화번호 변작 관리책, 현금 수거책 등과 연계해 금융·수사기관을 사칭해 2019년부터 지난달까지 300여 명에게서 70여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A씨 피해 사례처럼 주로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했다.

변작된 전화번호와 악성 애플리케이션을 깔게 한 뒤 등치는 수법을 썼으며 위조된 공문서를 보여주며 속이기도 했다.
경찰은 또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되는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운용한 3명도 구속했다.

이들은 승합차에 전화번호 변작 중계기를 설치한 뒤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보이스피싱에 악용되는 전화번호를 바꾼 혐의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조직에서 돈을 받고 주로 인터넷 전화번호를 010으로 시작하는 휴대전화 번호인 것처럼 속였다.

이들은 불법 중계기를 차량에 실어 수시로 이동하면서 경찰 단속을 피했다. 경찰은 승합차 1대와 불법 중계기 29대, 보안카메라 5대, 와이파이 공유기 9대 등을 압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