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전자약 사업 진출한다…美 '뉴로시그마'와 맞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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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뉴로시그마와 ADHD 전자약 국내외 사업화·공동개발키로KT가 바이오업계 유망 분야로 꼽히는 전자약 사업에 나선다. 전자약은 전류나 자기장 자극을 통해 치료 효과를 내는 의료기기다. 의약분야와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대표적 분야로 꼽힌다. 합성약물에 비해 부작용이 경미한 편이고, 약물 중독이나 내성 위험이 적어 약물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다.
혼합약물 대체재 '각광'…디지털 헬스케어서비스로도 확장
KT, ‘블루오션’ 전자약 사업 진출
14일 KT는 미국 전자약 개발기업 ‘뉴로시그마’와 손잡고 국내외 전자약 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양사는 이날 전자약 분야 제품개발·사업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T는 뉴로시그마의 삼차신경(뇌신경의 일종) 외부자극기술(eTNS) 전자약의 국내 버전 설계와 개발을 지원하고, 국내 상용화와 생산거점 구축을 협력한다. KT는 뉴로시그마 전자약을 KT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과 연동하는 서비스도 추진한다. KT는 연내 출시를 목표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마련하고 있다.KT의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 역량을 활용하면 전자약을 쓰는 이용자의 몸 상태와 전자 자극 정도 등 각종 데이터를 AI로 분석해줄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구독형 건강관리 서비스도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전자약은 통상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치매 등을 비롯한 신경정신질환이나 류머티즘 관절염 증상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쓰여 장기 이용자가 많아서다.
뉴로시그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기반 전자약 기업이다. 뉴료시그마의 전자약 ‘모나크 eTNS’는 2019년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ADHD 치료용 의료기기 승인을 획득했다. FDA가 ADHD용 전자약 승인을 준 최초 사례다.뉴로시그마의 전자약은 스마트폰 크기 전자장치와 한 뼘 길이 패치로 구성됐다. 환자의 이마에 패치를 붙이면 전자장치가 저강도 전류 자극을 흘려보내 뇌의 특정 신경만 자극하는 식이다. 이 전자약은 7~12세 아이가 쓸 수 있을 정도로 자극이 크지 않다. 부작용은 졸음, 식욕 증가, 피부자극 정도다. 대부분 ADHD 치료 약물이 중추신경에 작용해 불안감이나 중독 등 부작용을 낼 수 있는 것에 비하면 훨씬 안정적이라는 설명이다. 뉴로시그마는 이 기술을 우울증, 뇌전증(간질) 치료 등으로 확대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ABC 역량으로 블루오션 잡는다"
KT는 최근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신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큰 분야라서다. 2018년 세계경제포럼에선 전자약을 10대 유망 기술로 뽑기도 했다. KT가 AI·빅데이터·클라우드 등 이른바 'ABC' 역량과 인프라를 바탕으로 특화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좋은 분야다. KT는 작년 말엔 최고경영자(CEO)인 구현모 KT 대표 직속 조직인 미래가치추진실에 태스크포스(TF)로 ‘디지털&바이오헬스 P-TF’를 신설했다.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생태계에서 입지도 키우고 있다. 병원·제약사·학회·스타트업 등과 속속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지난 3월엔 김형욱 KT 미래가치추진실장(부사장)이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KoDHIA) 회장으로 취임했다. KoDHIA는 디지털헬스 분야에서 최초로 산업통상자원부 인가를 받은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KT는 지난달엔 언어처리 기반 AI 스타트업 바이칼AI와 손잡고 고령자 건강관리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치매 등 인지장애 위험도 예측서비스인 ‘디큐브레인’을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에 탑재할 계획이다.바이오기업 엔젠바이오와는 비의료기관용 개인 유전자 검사(DTC)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와 함께 개인 유전자 분석 정보를 저장, 관리하는 특화 플랫폼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김형욱 KT 부사장은 “아직 국내 디지털 치료제 시장은 시작 단계이지만, 효용성과 성장 잠재력은 뛰어나다”며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전자약을 비롯한 디지털치료제를 헬스케어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온 액치안 뉴로시그마 CEO는 "KT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은 의료와 전자공학 분야 융합을 대표하는 eTNS 제품을 완벽하게 보완해줄 것"이라며 "KT의 ICT 역량이 더해지면 디자인, 기능, 고객 경험 등 추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