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 없이 일단 개문발차…대선준비단 먼저 띄운 정의당

여영국 "솔직히 대선후보 아직 가시화되지 않아"
정의당이 마땅한 후보군 없이 일단 대선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당 대표 성추행 사태 여파로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무공천 했던 정의당은 14일 대선 준비단 첫 전체 회의를 열고 오는 10월 대선 후보 선출을 목표로 선거 전략의 큰 틀을 점검했다.

여영국 대표는 회의에서 "불평등과 기후 위기, 차별에 맞서는 한국 사회의 일대 전환을 담은 비전을 통해 대선을 맞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진보 진영을 대표할 간판급 주자를 내놓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다. 당내에서는 대선주자로 '출격'했던 3선의 심상정 의원 이름 정도가 오르내리지만, 일각에서는 '또 심상정'이라는 피로감이 고개를 든다.

대안으로 언급되는 이정미 전 대표 역시 새 얼굴이라는 이미지와는 들어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영국 대표 역시 이날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 정의당 대선 후보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으며 후보군 부족의 현실을 인정했다. 그는 다만 "대선 후보 한 명의 정치적 통찰로 대선을 치를 생각은 없다.

기득권 정치에 맞서 새로운 정치를 여는 데 공감하는 모든 사회세력과 개인들이 함께 모이자"며 일종의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를 제안했다.

그는 "정의당이 기꺼이 반기득권 정치동맹의 플랫폼이 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시민단체 등 당 외부 세력에게도 문을 개방해 공개 경쟁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의미다.

박원석 사무총장 역시 "승자독식의 기득권 양당 체제의 시대를 끝내고 다원주의 연합정치의 시대를 열겠다"며 "(정의당은) 권한과 책임을 공유하고 유능한 인재 풀을 폭넓게 활용하는, 문제해결 능력이 있는 공동정부를 지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준석 신임 대표의 등장 등과 맞물려 기존 보수와 진보의 벽이 상당부분 허물어지고 2030이 진보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정의당이 대선 국면에서 거대 정당 틈바구니에서 공간을 확보하기는 더욱 녹록지 않다는 게 고민의 지점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오픈 프라이머리 제도를 실제로 도입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원들의 의견을 재차 수렴해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지도부가) 경선을 통해 흥행을 끌어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40대의 젊은 외부인사를 영입하고 후보군 전면에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