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드라큘라' 배우 김준수 "서툴지만 애절한 사랑…드라큘라만의 매력"
입력
수정
지면A30
2014년 초연…네번째 시즌 주역핏빛 사랑이 무대를 가득 채운다. 400년 동안 한 여인을 기다리고 사랑하는 초월적 존재의 애절하면서도 뜨거운 사랑. 지난 20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다. 2014년 초연 이후 네 번째 시즌을 맞은 이 작품의 중심엔 배우 김준수가 있다. 그는 치명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의 뱀파이어를 특유의 목소리와 절절한 연기로 선보여 호평받고 있다. 김준수는 14일 화상 인터뷰를 하고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뮤지컬 드라큘라는 흡혈을 즐기고 사람을 해치는 것보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보여준다”며 “표현은 서투르지만 (획일적으로) 재단되지 않는 드라큘라의 모습이 관객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월드클래스 샤큘' 명성 얻어
"뮤지컬 지름길 안내해준 작품
새로운 드라큘라像 선보일 것"
블루스퀘어서 8월 1일까지 공연
시즌마다 변화하는 ‘샤큘’
김준수가 뮤지컬 배우로 첫발을 내디딘 것은 2010년 ‘모차르트’였다. 그룹 ‘동방신기’에서 탈퇴한 이후 활동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뮤지컬 연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뛰어난 실력을 꾸준히 증명해 보이며 아이돌 출신이 뮤지컬에 진출한 데 대한 편견을 깼다. ‘엘리자벳’ ‘데스노트’ 등 다양한 작품에서 매진 행렬을 일구며 뮤지컬 대표 스타로 자리잡았다. ‘드라큘라’도 그의 뮤지컬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낭떠러지에 떨어진 상태에서 제2의 꿈을 꾸게 해준 작품은 ‘모차르트’였어요. 그리고 ‘드라큘라’는 그 험난한 여정을 지름길로 안내하고 제가 배우로서 부끄럽지 않게 해준 작품이죠.”이 작품에서 그는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월드클래스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 ‘드라큘라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감사합니다. 인간적인 부분을 연기하면서도 오싹하고 섬뜩한 장면에선 그런 점을 더 부각시키려고 노력한 덕분인 것 같아요. 저의 드라큘라는 좀 더 사이코적인 기질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하하.”
그는 드라큘라를 네 시즌째 연기하면서도 매번 새롭게 표현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어제 했던 공연과 오늘 공연을 다 똑같이 하려 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변화를 주고 있어요. ‘당신은 이미 결혼했어’라는 대사를 ‘당신은 나와 이미 결혼했어’로 바꾸는 식이죠. 미세한 차이일 수 있지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습니다.”
“초월적 존재 표현…제스처도 다르게”
김준수는 초월적인 캐릭터를 능숙하게 연기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는 드라큘라뿐 아니라 ‘엘리자벳’에서도 ‘죽음’이라는 존재를 연기했다. “엘리자벳의 죽음을 제안받았을 때도 ‘이걸 어떻게 표현하지?’라고 생각했어요. 드라큘라도 마찬가지였죠. 손짓, 걸음걸이 등을 일반적인 사람의 모습과 다르게 표현하려고 많이 고민합니다.”초연 때부터 계속 ‘붉은 머리의 드라큘라’를 이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빨간 머리는 물이 잘 빠져요. 1주일에 한 번씩 계속 염색해야 하고, 베개에도 빨간 물이 묻어 수건을 매일 깔고 자야 해요. 하지만 빨간 머리를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서 이번에도 하게 됐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드라큘라를 연기하고 싶다고 했다. “배우 방글아 씨가 드라큘라 100회 공연 당시 축하해주면서 저한테 ‘1000회 할 때까지 건강하라’고 했어요. 그때가 되면 ‘드라큘라가 흡혈을 하고 젊은 모습으로 바뀌는 부분에서 젊은 모습이 안 나타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그 전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공연은 8월 1일까지.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