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꼰대 아니에요"…與 대선주자들도 '파격 변신'

MZ문화 '벼락치기 공부'

이낙연, LoL 게임 체험
정세균 '힙합 패션' 무장
박용진 '롤린' 춤 따라해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즐기고 있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범준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들이 게임과 음악, SNS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문화 벼락치기 공부’에 나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국내 최초 e스포츠 경기장을 찾아 프로게이머에게 게임을 배웠고,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의원은 틱톡으로 유권자들을 만났다. 30대 중반에 보수당 수장이 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로 인해 여권의 대선 잠룡들도 2030세대 표심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지난 14일 서울 청진동의 롤파크를 찾았다. 롤파크는 인기 게임 리그오브레전드 대회를 위해 마련된 전용 경기장이다. 이 전 대표는 전직 프로게이머 강형우 씨에게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교육을 받고 게임을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게임을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기는 스포츠와 산업의 관점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에 친숙한 컴퓨터 게임을 직접 경험하면서 ‘엄중한 정치인’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떨쳐내려 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이달 들어 유튜브에 ‘정치인 브이로그(비디오와 블로그 합성어)’를 공개하거나 예능 방송에 출연하는 등 2030세대를 의식한 정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틱톡 계정에 올릴 홍보 영상을 촬영 중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 정세균 캠프 제공
정세균 전 총리는 젊은 유권자들과 소통하기 위해 틱톡 계정 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틱톡은 음악과 춤을 합친 짧은 영상을 공유하는 SNS로, 특히 MZ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14일 여의도에서는 정 전 총리가 가죽잠바와 선글라스 등 이른바 ‘힙합 패션’으로 무장한 사진이 화제에 올랐다. 정 전 총리는 17일 공식 출마선언을 할 계획이다.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최연소인 박용진 의원은 캠페인에 SNS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인기곡 ‘롤린’의 춤을 따라 한 영상을 틱톡에 올리거나, 정치적 메시지와 무관한 젤리사탕 먹기나 편의점 음식 리뷰를 공유하는 방식으로 2030세대와 활발하게 소통하고 있다. 박 의원의 틱톡 팔로어는 약 1만 명으로, 주요 대선주자 가운데 최다 팔로어를 자랑한다.
인기곡 ‘롤린’에 맞춰 춤추고 있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용진 의원 제공
대선주자들이 2030 문화에 참여하고자 나선 것은 4·7 재·보궐선거에서 확인된 2030 유권자들의 지지율 하락을 되돌리기 위해서다. ‘이준석 효과’로 상징되는 세대교체 열풍에서 민주당이 소외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이 대표 당선 이후 세대교체가 정치권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며 “2030세대들이 갖고 있는 고민과 불만에 제대로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내년 대선 승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