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중국 견제 새 전략개념 추진…"북 CVID·대미협상 촉구"(종합2보)

나토 "중, 국제질서·안보에 도전"…새 전략개념 나토2030 내년까지 수립
"한국 등 오래된 협력국과 안보협력 증진·국제질서 유지 지원"

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들이 14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견제를 처음 공식화하면서, 내년까지 새 전략개념 수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에 대해서도 핵전력과 탄도미사일 폐기를 종용하면서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위한 대미 협상 재개를 촉구했다.

이번 회의에 취임 후 처음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와 새 전략개념 추진을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공동성명에 북한이 언급된 것도 그의 영향으로 보인다.
14일(현지시간) 나토 정상회의 후 발표된 공동성명을 보면, 30개 나토 회원국 정상들은 중국을 국제질서와 회원국 안보에 '구조적 도전'이라고 지목하면서, 중국의 강압적 정책은 나토가 추구하는 근본 가치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국이 3대 핵전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핵무기를 확충하고,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협력하고 있다면서 투명성이 부족하고, 허위정보를 활용하는 데 대해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국제적 약속을 지키고, 우주와 사이버, 해양 영역에서 국제적 시스템 속에 책임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나토가 중국에 대해 이같이 강한 어조를 내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DPA통신이 분석했다. 나토는 북한에 대해서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목표를 지지한다면서 이를 위해 미국과 의미 있는 협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핵전력과 탄도미사일 폐기 등 관련 프로그램을 포기하라고 종용했다.

앞서 2019년 말 나토 정상회의 이후 공동성명을 낼 당시만 하더라도 정상들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가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언급하는 등 조심스러운 기조였다. 북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나토 정상들은 또 성명에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예로 들면서 우리는 다면적 위협과 확신에 찬 독재 권력의 체제 경쟁, 모든 전략적 방면에서 동맹국과 시민들에 대한 안보 도전에 직면해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토의 최대 책임은 우리 영토와 인구를 공격으로부터 보호, 방위하는 것이며, 우리는 유로·대서양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위협과 도전에 맞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토 정상들은 내년까지 유로·대서양 지역의 공동안보 체제 강화를 위해 '나토 2030'이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전략개념 수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와 미래에 모든 종류의 위협과 도전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동맹을 정치적, 군사적으로 개조하되 이를 위해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나토는 또 한국과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오래된 아시아태평양 협력국들과 안보협력을 증진하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유지를 지원하기 위해 대화와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나토2030'이라는 새 전략개념이 수립되면 나토는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가장 시급한 도전에 더 잘 빠르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나토에서 더 강한 역할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전날 낸 자료에서 "나토 동맹국들은 러시아의 공격적 정책과 행동, 중국이 안보와 번영, 가치에 제기하는 도전, 테러나 사이버 위협, 기후변화 등에 대응해 전략개념을 수정하는 데 합의할 전망"이라며 "새 전략개념은 2022년 나토 정상회의에서 채택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의 대중국 기조가 이같이 강경하게 변하고, 새 전략개념 수립이 속도를 내게 된 배경에는 '미국의 귀환'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나토본부를 찾아 회원국 간 집단방위의 원칙을 명시한 나토 조약 5조를 지키는 게 신성한 의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이 곁에 있다는 것을 전 유럽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토의 근간인 나토 조약 5조는 나토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가 공격을 받으면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동맹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 동맹국에 대한 방위비 증액 압박과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서 일방적인 미군 철군 결정으로 나토의 위기에 일조했었다.

앞서 열렸던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우려를 명기해 대서양 동맹을 통한 대중견제의 토대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대중 압박 강화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G7 공동성명 초안에는 중국을 겨냥해 더욱 강력한 문구들이 들어갔으나 최종본에서는 빠져 바이든 대통령이 원하는 만큼 얻어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왔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중국과 관련해 공동성명이 '더 강하길 바랐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아쉬움을 내비친 바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중국의 위협에 맞서는 내용이 전례 없이 강한 방식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