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국 '진단 강국' 퀀텀점프 기회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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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로슈진단 조니 제 대표지난달 미국 보건당국이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을 집중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해 화제가 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 보고서에서 정부의 기술투자, 빠른 제조, 승인제도 등 ‘진단 삼박자’를 대표적인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우수한 인력·탄탄한 의료 인프라
혁신기술 '테스트베드' 가치 높아
노하우 풍부한 글로벌 기업과 협력
혁신 솔루션에 지속적인 투자해야
진단에 대한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과 투자로 한국의 코로나19 치사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봉쇄 조치를 내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한국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진단 강국’ 브랜드를 이끌어갈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우수한 보건의료 인력과 탄탄한 인프라를 갖춘 한국은 전 세계 여섯 번째로 임상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임상강국’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이 한국의 임상시험 수행 역량을 믿고, 혁신적인 치료제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이는 한국 연구진의 연구개발(R&D)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한국 헬스케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 발전에도 일조하고 있다. 진단 분야에서도 이런 역량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혁신적인 진단기술의 도입은 백신 접종 이후에도 ‘K방역’의 성공을 이어가고 사회를 안정화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항체검사는 등교나 출근·모임이 가능할지, 여행을 가도 좋을지 등 코로나 이후 ‘일상 복귀’ 여부를 알려주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이미 해외에서는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을 막는 수문장으로 진단검사가 활용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는 ‘위드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면서 빠르고 정확하고 편리한 진단검사 솔루션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진단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체외진단 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해 2027년에는 1138억5000만달러(약 128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진단의 영역은 선별 검사, 진단, 예후 판단, 치료 모니터링 등 치료를 제외한 모든 의료 서비스를 포괄하고 있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또한 치료 의사 결정의 70%가 진단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혁신적인 진단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다.
올해는 한국이 세계 일류 진단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여부가 갈리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조성된 진단에 대한 긍정적 시선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퀀텀 점프’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선발주자로 오랜 역사와 노하우를 가진 글로벌 기업과의 협력, 혁신적인 진단 솔루션의 가치에 대한 인정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기적 관점에서 진단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속적 관심, 그리고 개방적인 규제 환경 조성의 중요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