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아파트값' 연봉의 11배인데 서울은…日 언론도 놀랐다 [정영효의 인사이드재팬]

요미우리 "서울, 세계에서 가장 아파트 사기 어려운 도시"
'부동산불패·영끌'에 서울 아파트값, 경제규모 넘어서
문재인 정권 구심력 저하…정권교체 현실화할수도
2009년 입주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전경. 힌경DB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4년새 2배 가까이 오르면서 한국의 직장인들은 연간 평균수입의 18배를 줘야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 반면 도쿄에서는 13.3년치 연봉이면 신축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 준공한 지 10년된 중고 아파트는 11년치면 가능하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이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와 일본의 부동산 조사회사 도쿄간테이, 연구기관 어번리폼인스터튜트의 자료를 기준으로 16일 보도한 한일 집값 상황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일본 국세청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의 연간 평균수입을 368만엔(약 3738만원), 436만엔으로 놓고 계산한 결과다. 런던은 8.6배, 뉴욕과 싱가포르는 각각 5.9배와 4.7배에 불과했다. 이 신문은 문재인 대통령 정권이 내놓은 20차례 이상의 부동산대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서울의 아파트 평균 가격이 11억2400만원으로 취임 후 4년새 약 80% 뛰었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은 준공한 지 20년된 노후 아파트 가격이 20억~30억원에 달해 세계에서 가장 아파트를 구입하기 어려운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진단했다.

'부동산불패신화'와 젊은 층이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집을 사는 현상을 가리키는 '영끌'이라는 표현도 소개됐다. 서울 아파트 값은 이미 경제규모를 넘어섰다는게 이 신문의 분석이다.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이전 보수정권의 부동산 투자규제 완화, 한국은행의 저금리 정책 등 다양한 경제적 요인이 지적된다. 하지만 경제적 요인만으로는 서울의 집값을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대신 한국인들이 자주 쓰는 '계층이동'이라는 표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계층은 혈연과 학력, 직장으로 결정되는 면도 있지만 부유층 거주지역에 거주함으로써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 지방 사람은 수도권, 수도권은 서울을 목표로 '사회적 지위를 끌어 올리고 싶다'는 필사적인 마음이 아파트 수요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고교 입시가 없는 한국에서 학군이 중시되는 점도 서울의 집값을 높이는 원인으로 꼽혔다. 2019년 서울대 입학생 가운데 일반 고등학교 출신의 44%가 강남에 편중됐다. 지난 3월 강남 대치동으로 이사한 회사원 남성(47세)은 "두 아들의 장래를 생각하면 돈은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대출을 일으켜 아파트를 구입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서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 사회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우려된다. 저출산·고령화의 가속화로 올해 2월 발표된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인구는 처음으로 감소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부동산 가격이 언젠가 골치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값 문제는 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문재인 정권의 구심력을 급속히 떨어뜨리고 있다고도 지적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은 52%로 지지율을 크게 웃돌았다. 정부를 지지하지 않는 이유의 첫번째가 '부동산정책'으로 30%에 달했다.

이 때문에 부동산 정책과 관련한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 내년 3월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세력으로의 정권교체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진단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