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매니저 72% "인플레는 일시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첫날 회의가 개막한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역시 관망세가 지배했습니다. 거래량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다우는 0.27% 내렸고 S&P 500지수는 0.2%, 나스닥은 0.71% 하락했습니다.

관망세는 전날과 비슷했지만, 시장 흐름은 반대였습니다. 주요 지수는 보합세로 출발해 하락 폭을 키우다 다우 지수는 오후 들어 약보합 수준까지 회복했습니다. 하지만 나스닥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 14일은 장 막판 기술주 매수세가 유입되며 나스닥과 S&P 500 지수가 상승 전환하면서 사상 최고치로 마감했었지요.

업종별로 봐도 애플 아마존 등 거대 기술주들이 모두 1% 이내의 내림세를 보였고 테슬라는 3% 가까이 떨어졌습니다. 반면 서부텍사스원유(WTI)가 배럴당 72달러까지 강하게 반등한 데 이어 에너지업종이 2% 이상 오르고 산업, 금융주 등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것도 전날과 다른 모습이었죠.

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돌면서, 투자자들이 그 전날의 움직임을 되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만큼 불안한 모습이 나타났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CNBC의 주식평론가인 짐 크레이머는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조금이라도 말실수를 하면 증시가 며칠씩 급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경제 회복 단계에서 초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데 대해 기자들로부터 끝없는 질문 공세에 시달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는 "파월 의장은 잘 준비되어 있겠지만 물가 급등에 관해 묻는 여덟 번째나 아홉 번째 질문에 ‘보세요. 저는 이것을 지켜볼 거예요’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경제지표들은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만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못했습니다. 기본적으로 경제 재개 초기여서 각종 노이즈(소음)가 섞여 있는 데다, 세부적으로 보면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대비 6.6%, 전월 대비 0.8% 급등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시장 예상치(6.2%, 0.5%)를 넘어선 겁니다. 전년 대비 상승 폭은 2010년 11월 자료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였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마찬가지로 '일시적' 요인이 많은 것으로 해석해 큰 충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5월 소매판매는 예상(전월 대비 0.6% 감소)보다 부진한 1.3% 감소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4월 지표가 애초 0%에서 0.9% 증가한 것으로 수정된 데다, 세부적으로 보면 자동차 전자제품 등 상품 소비는 줄었지만, 옷 구매가 증가하고 푸드서비스(음식점, 술집), 헬스 등 서비스 구매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재정부양책 효과 감소 및 경제 재개로 인한 것으로 풀이됐습니다. 이것도 시장에 큰 영향은 주지 않았습니다.
5월 산업생산은 예상(전월 대비 0.6% 증가)을 웃도는 0.8% 증가로 집계됐습니다. 다만 4월 산업생산은 기존 0.5% 증가에서 0.1% 증가로 하향 수정됐습니다. 최근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자동차 생산이 언제로 잡히느냐에 따라 통계가 왔다 갔다 하는 형국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투자자들은 이달 FOMC에서 통화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으로 강하게 믿고 있다"라며 "만약 변화가 나타난다면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만큼 투자자들이 Fed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안주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는 기존의 흐름을 뒤바꿀 수 있습니다. 시장이 Fed를 신뢰하고 있다는 건 이날 채권 시장에서 잘 나타났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과 비슷한 연 1.498% 수준에서 마감됐습니다. 장중 여러 차례 1.5%대를 노크했고 한때 1.513%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1.5%대에 머무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그만큼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날 오후 실시된 20년물 국채 입찰(240억 달러 규모)에서도 응찰률이 2.40배에 달해 지난 5월의 2.24배보다 훨씬 높아졌습니다. 낙찰 금리도 당시 시장금리보다 1.7bp나 낮게 형성됐습니다.
이날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발표한 6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FMS)에서도 이런 투자자들의 Fed에 대한 믿음이 명확히 드러납니다. 이 조사는 지난 4~10일에 실시됐고, 667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펀드매니저 224명이 참여했습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인플레이션이었습니다. 가장 큰 시장 위험으로 4개월 연속 인플레이션(테이퍼 텐트럼)이 지목됐습니다. 그리고 전체 응답자의 72%는 이런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물가 상승이 지속할 것으로 본 사람은 23%에 불과했습니다. Fed의 말을 믿는 겁니다. 이날 CNBC가 발표한 경제학자 설문에서 60%가 '일시적'이라고 답한 것보다도 훨씬 높습니다.
또 Fed가 테이퍼링을 발표하는 시기에 대해 63%가 8월 잭슨홀 회의, 혹은 9월 FOMC라고 답했습니다. 이번 회의, 즉 6월 FOMC라고 답한 이는 4%에 그쳤습니다.
'일시적'이라고 본 이유 중 하나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4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딜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펀드매니저들은 평균적으로 인프라딜의 최종 규모가 1조7000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5월 예상치(1조9000억 달러)보다도 더 규모가 줄었습니다.
Fed를 믿다 보니 장기 금리가 오를 것, 즉 채권 수익률곡선이 가팔라질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작년 8월 이후에 가장 적은 수준인 60%대로 떨어졌습니다. 이른바 금리 상승에 대한 걱정이 '정점'을 지난 겁니다.
피크를 지난 건 인플레이션 기대,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증시를 위협할 수 있는 금리 수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연 2.0%라고 답한 사람은 5월보다 소폭 감소했습니다. 대신 2.25%, 2.5%, 3.0% 등 더 높은 금리를 언급한 이가 늘었습니다. 그만큼 금리에 대한 면역 수준이 올라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증시의 상승장이 이어질 것이란 자신감도 증가했습니다. '향후 6개월 이내에 약세장이 올 것'으로 믿는 이는 2%에 불과했고, '향후 6개월 내 발생할 조정 폭'을 묻는 질문에도 20% 이상이라고 답한 이는 2%에 불과했습니다. 거의 절반인 47%가 ‘10% 이내’라고 응답했습니다.
또 2024년까지 불황이 올 것이냐는 질문에 68%가 '아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위험 요인도 있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좋고 강세장이 이어질 것으로 믿다 보니 현금 보유비율이 지난달 전체 자산의 4.1%에서 3.9%로 낮아졌습니다. 4% 이하는 약세장을 부를 수 있는 신호입니다.

주식에 대한 자산 배분(61%)은 다시 올해 들어 최대 수준으로 치솟았고 반면 글로벌 채권에 대한 자산 배분(-69%)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가장 붐비는 거래'로는 원자재 매수가 꼽혔지만, 그렇게 꼽은 사람이 아주 많지는 않았습니다. 지난달에는 '비트코인 매수'였습니다.
'비트코인이 거품인가'라는 질문에는 지난달보다 더 늘어난 81%가 버블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들의 현재 포트폴리오를 역사적 평균에 비해보면 원자재, 경기민감주(소재, 은행, 산업주), 영국 자산, 주식 등에 대한 자산 배분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채권과 유틸리티 주식, 현금에 대한 자산 배분은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지난달 포트폴리오에 비해보면 기술주와 유로존, 소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유틸리티, 리츠, 텔레콤, 헬스케어 주식 등에 대한 투자는 감소했습니다.
이건 그냥 설문조사입니다. 그들의 실제 포트폴리오를 분석해서 내놓은 게 아닙니다. 실제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방향이 아닌 생각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 전반의 흐름을 읽는 데는 상당히 유용한 자료가 아닌가 합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