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피해자는 다 여군?…국방부, 성차별적 이메일 주소 논란

특별신고 메일주소에 굳이 'women' 포함…성인지감수성 결여 '셀프 인증'
작년에도 무개념 피해자쉼터 '도란도란' 명칭으로 논란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피해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특별신고기간'을 16일부터 2주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신고 이메일주소에 불필요하게 '여성'(women)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것을 두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국방부는 성폭력피해 특별신고는 전화·이메일과 국방부 인트라넷 홈페이지상 '성폭력 상담·신고' 익명게시판 등을 통해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신고 메일 주소를 '인터넷 mndwomen@mnd.go.kr/인트라넷 mndwomen@mnd.mil'로 안내하고 있다.

국방부 영문 약자 'MND'와 여성을 의미하는 '우먼(women)'을 조합한 아이디다. 이를 두고 국방부가 '군내 성폭력 피해자는 모두 여자'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지적이 군 안팎에서 나온다.

그러나 성폭력 피해는 성별과 무관하게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군내에서는 일반 병사 등 동성 간 성폭력 피해도 종종 발생하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평상시 '양성평등'을 주장하면서 정작 성폭력 피해자는 무조건 여군이라고 인식한다는 군의 낮은 성 인식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해에도 성폭력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을 돕겠다며 개소한 쉼터 명칭을 '도란도란'으로 지어 빈축을 샀다.

당시 조사본부는 보도자료에서 "소통하는 공간이라는 의미에 적합하면서 정겹고 따뜻한 어감으로 부르기가 좋아서 공모를 거쳐 공식 명칭으로 선정됐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도란도란'이 여럿이 나직한 말로 서로 정답게 이야기하는 소리 또는 모양을 뜻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고려하면 군의 성 인지 감수성 결여를 방증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왔지만, 국방부는 이날 현재까지 쉼터 명칭을 바꾸지 않은 상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