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이돌 팬클럽의 악플·신상털기 단속 나섰다

당국 "'나쁜 영향' 끼치는 소셜미디어 계정 폐쇄, 단체 해체"
중국 당국이 아이돌 팬클럽이 온라인상에서 펼치는 공격적 행동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CAC)은 전날 성명을 통해 사이버 공간에서의 여론 조작을 근절하기 위해 두달간의 캠페인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특히 아이돌 팬클럽이 신상털기, 악플 등을 통해 경쟁 관계에 놓인 스타와 집단을 공격하는 행동과 이른바 스타에 대한 '조공'을 명분으로 미성년자에게 돈을 뜯어내는 행위 등을 단속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관련된 소셜미디어 댓글을 조작하고 컴퓨터 프로그램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검색어 순위 등을 조작하는 행위가 인터넷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간주된 소셜미디어 계정은 폐쇄하고 관련 온라인단체를 해체시킬 것이며, 이러한 혼란을 야기한 인터넷 플랫폼이 시정 명령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SCMP는 "아이돌 팬클럽은 대부분 정치와 무관하지만, 이들이 인터넷에서 벌이는 행동은 중국의 공식적 입장을 옹호하고 반대 의견을 묵살하는 국수주의자들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팬클럽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 얻고 많이 노출되게 하려고 경쟁 그룹을 상대로 여론전쟁을 펼친다"며 "이들은 당국에 경쟁 팬클럽이 비행과 공격적 발언을 했다고 신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앞서 지난 5월 9일에도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돌 팬클럽의 온라인상 공격적인 행동에 대해 경고했으며 한달여 만에 본격적인 단속에 나섰다.

SCMP는 지난 10년간 중국에서 TV 경연·오디션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팬클럽이 급증했으며, 팬클럽 회원들은 스타의 인터넷 노출 확대 운동과 스타 관련 상품 구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에는 팬들이 TV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습생에 투표하겠다며 우유를 27만여개나 버리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중국의 한 우유 회사가 아이돌 육성 예능 프로그램 '청춘유니3'과 협업한 제품을 출시했는데, 우유 뚜껑에 QR코드(정보무늬)를 부착해 휴대전화로 스캔하면 '청춘유니3'에 참가한 아이돌 연습생에게 투표할 수 있게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에 많은 표를 주려는 팬들이 몰리면서 멀쩡한 우유를 대량으로 사서 버리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이후 당국은 논란에 휩싸인 한 보이밴드 경연 프로그램을 결선을 앞두고 중단시켰으며, 소셜미디어 웨이보는 플랫폼상의 '비이성적 아이돌 응원문화'에 대한 단속에 나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