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첫주에 서명한 기후대응명령, 법원에서 제동

연방토지 석유·가스 중단에 이행중단 가처분
트럼프 임명 판사 "경제 망친다" 공화장악 주정부들 손들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제시한 기후변화 대응책이 법원에서 발목이 잡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루이지애나주 미국 연방 서부지방법원은 연방 정부의 토지, 해역을 석유나 천연가스 시추하려는 사업자들에게 빌려주지 못하도록 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15일(현지시간) 예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테리 다우티 판사는 애초 입법부가 연방 토지와 해역의 임대를 허용한 까닭에 이를 중단할 권한은 오로지 의회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13개 주 정부가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월권이라며 소송을 낸 데 따른 것이다. 다우티 판사는 본안 소송이 끝날 때까지 행정명령을 이행하지 말라고 연방 주무 부처인 내무부의 뎁 할랜드 장관에게 지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토지, 해역에서 이뤄지는 화석연료 채굴을 포괄적으로 재검토한다며 취임 첫 주에 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가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국정과제로 강조한 만큼 미국 전역에 적용되는 이 명령은 행정부의 성향을 상징하는 조치였다. 당시 환경론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변화를 촉진하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를 퇴출하는 데 진지하다며 반색했다.

공화당과 에너지 업계는 경제가 망가지고 석유·천연가스 노동자 수천 명이 실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주는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알래스카, 조지아, 미시시피, 텍사스, 유타 등 공화당 주지사가 있는 곳들이다. 다우티 판사는 기후변화를 불신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판사이다.

그는 "수백만, 수십억 달러가 위태롭다"며 "지방정부의 자금조달과 일자리 등이 위험하다"고 소송 제기자들의 의견에 동조했다.

미국에서 석유, 천연가스 공급의 10% 정도는 연방 공공토지에서 나온다.

내무부에 따르면 연방 토지와 해역에서 화석연료 시추를 허용하면서 얻는 세금 수입은 작년에 80억 달러(약 9조원)가 넘었다.

이들 중 29억 달러는 연방정부, 18억 달러는 주 정부와 지방 정부에 돌아갔고 나머지는 원주민, 복원사업, 여러 기금 등에 배분됐다.

내무부는 법원 결정을 따르되 토지와 해역 임대 프로그램의 재검토를 위한 조사와 대통령 보고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연방의원들은 공공 토지에서 이뤄지는 화석연료 시추를 제한하기 위한 입법적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