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하는 AI가 산업현장을 바꾼다

김정훈 KT 책임연구원
김정훈 KT 책임 연구원
2017년 인텔의 시프트 콘퍼런스에서 MIT 수석과학자 앤드루 맥아피는 ‘의사결정을 AI에 맡겨라’라는 화두를 던져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기업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위해 AI 활용도를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앤드루 맥아피의 발언 이후 4년이 지난 지금, AI는 다양한 산업에서 간단하고 단순한 활용도에서 벗어나 의사결정을 하는 핵심 영역으로 스며들고 있다.


인간이 반복적으로 수행했던 업무를 대체해 생산성 혁신 등에 기여

골드스미스는 2020년 기업 CEO 조사에서 코로나 19 이후 미국 기업들의 AI 도입이 전년 대비 9%P나 증가했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기업들은 AI를 더욱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철강기업 JFE는 후판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진행하던 생산품 불량 검사 작업을 3대의 AI 영상 로봇으로 대체해 인간의 오류를 감소시키고 건당 검사 수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켰다. 건설사인 DL이앤씨는 드론이 촬영한 건설 현장 사진을 AI가 확인해 시공품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촬영 영상을 스스로 학습하여 특이 사항이 발견되면 선별적으로 정보를 전달해 건설 품질과 안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영상 분석 AI는 자동차 부품의 품질 검사, 오래된 도로와 건물의 균열 감지, 현장 사고 알림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인사, 총무 분야에서는 직원들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던 업무에 RPA를 도입하거나 보험 서류, 물류 견적서 등의 자동인식을 위해 OCR을 도입하여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일상화 되고 있다.

제조 공정, 건설 설계 등 고도화된 의사결정 과정에도 활용되기 시작

최근 AI는 GPT-3 이후 초거대 AI가 등장하며 단순 단어 이해에서 대화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도화되면서 문제의 맥락에 맞는 판단과 해결 방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가트너는 2023년까지 글로벌 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데이터 분석 기반 의사결정을 위한 AI 애널리스트를 도입할 것으로 예측했다. 의사결정 AI를 기업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예는 바로 추천 엔진이다.
지멘스 암베르그 공장에서는 하루 1200개의 서로 다른 제품들이 생산되고, 350개 생산 공정이 전환돼 약 5000만 개의 공정과 제품 데이터를 평가하고 스케줄링해야 한다. 사람이 수행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 AI가 계획표를 분석해 효율적인 실행 계획을 제안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이 판단해 공정에 도입하도록 하고 있다. 공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점을 실시간 알림을 받아 잠재적 고장도 미리 예방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철공 구조물 설계를 위해 AI를 도입해 기존 3~4일 걸리던 작업을 10분 내외로 단축했다.
사이버 보안회사 케이토 네트웍스는 AI도입으로 도메인/IP주소에 대한 평판모델을 만들어 악성 가능성아 큰 IP를 리스트화해 사전에 악성 IP를 차단하고 있다.


AI가 의사결정까지 깊숙이 활용되는 단계

각 산업 현장에서 간단/단순 작업부터 복잡한 의사결정까지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생산성 향상 및 산업 재해 감소 등 긍정적 효과와 함께 업무가 대체 됨에 따른 유휴 인력의 활용 문제, 실업률 증가 등의 부정적 이슈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유휴 인력을 전문/고도화된 업무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업무를 창출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제조 현장 AI도입을 위한 구글-지멘스 파트너십 발표에서 볼 수 있듯이 작업은 AI로 자동화하고 생산 현장 인력에게 현장 컨트롤 권한을 부여하여 인간은 중요한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 대체가 아닌 고도화된 업무로 전환한 것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개발, 현장 데이터 수집과 분석 등 새로운 업무가 생겨남에 따라 새로운 업무로의 전환도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작년 한해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이 채용한 기계 엔지니어 수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이 훨씬 많았고, 동기간 링크드인에 올라온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적 자원과 AI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통합적 AI로드맵이 필요

현재 글로벌 기업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AI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경험을 혁신하고 선점한 기업이 승자 독식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주피터 네트워크 조사에 따르면 기업 임원급 응답자의 71%는 올해 가장 최우선 과제로 AI 도입을 꼽았다고 한다. 하지만 전략과 거버넌스가 준비된 기업은 3%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 기업 밸류체인의 전 프로세스에 AI 적용을 모색하고, 단순 AI에서 시작해 의사결정 AI까지 적용 단계를 끌어올릴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AI 도입 계획과 함께 기존 작업을 단순히 대체하기보다는 인력들의 활용 방안, 새로운 업무를 창출해 생산성 제고는 물론 AI를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방안 등 인간과 AI가 함께 협업할 수 있는 통합적 AI 로드맵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 기업에는 AI 적용을 위한 전략 설계와 로드맵이 있는지 점검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