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이어 동남아까지…K배터리 화끈하게 밀어준다

투자액 전액 환급·부지 무상제공·법인세 20년간 면제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8월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배터리 공장 유치를 위해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시한 게 주효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설립 시 법인세를 20년, 관세를 6년간 면제해주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 아니다. 일본 완성차업체에 유리한 하이브리드 자동차(HEV) 혜택을 줄이고, 전기차(EV)에 대한 도로세 면제와 충전 할인 등도 약속했다. 전기차 및 배터리 협력사가 현지에 진출하면 같은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배터리 업체와 소재 업체들이 줄줄이 해외에 생산기지 구축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가 각국이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는 ‘화끈한 지원책’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을 때도 비슷했다. 조지아주는 공장 유치를 위해 축구장 156개 크기의 112만㎡ 부지를 사실상 무상으로 제공했다. 용수와 전기의 일부를 지원했고, 투자액에 비례해 세금을 감면해주기로 했다. SK이노베이션은 23억달러(약 2조5000억원) 투자로 화답했다. 해외기업 투자 규모로는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였다.LG에너지솔루션도 2013년 미국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지은 뒤 초기 투자금 3억달러 대부분을 환급받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절반씩 지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5조원을 들여 배터리 공장 두 곳을 미국에 더 지을 예정이다.

한국 기업이 요구한 까다로운 조건을 해결해 준 말레이시아 정부의 노력도 최근 주목을 끌었다. SKC의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올초 배터리 소재인 동박공장을 코타키나발루에 짓는 방안을 확정했다. SK넥실리스는 앞서 필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폴란드 헝가리 등 동유럽에서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한국 기업들도 상당한 혜택을 누렸다. 우선 5000만유로 이하의 투자액은 그 절반을, 5000만유로 이상 투자액은 약 25%를 환급받았다. 여기에 공장이 들어설 지역 실업률이 높으면 환급을 더 해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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