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끌어모으려 헐값 판매"…금감원, MG손보 '덤핑 보험'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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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손보에 무슨 일이…새마을금고중앙회가 대주주인 MG손해보험이 이달 초 ‘가격 덤핑’ 수준의 장기 보험상품을 팔다가 금융당국의 개입에 결국 판매를 중단했다. 실적 부진을 만회하려고 무리한 영업을 하다가 제동이 걸린 것이다. 전문가들은 MG손보가 아무리 사정이 다급하더라도 덤핑 영업으로는 실적 개선은커녕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만 갉아먹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기실적 집착에 타사보다 20~30% 싸게 팔아
작년 당기순손실 1008억 재무건전성 '빨간불'
지급여력비율 최하위…최다 민원 불명예도
17일 금융감독원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MG손해보험은 올초 출시한 장기 보장성 보험인 ‘스마트건강종합보험’을 이달 초부터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서 보험료를 크게 낮춰 판매하다가 금감원 행정지도를 받고 10여 일 만에 공식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단기실적 위해 덤핑하다 금감원 ‘제동’
이번에 문제가 된 ‘스마트건강종합보험’은 올해 초 출시할 때만 해도 큰 문제가 없었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생활 질병부터 고액 치료비가 필요한 암 등 중증 질환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상품이다. 여성의 난임 진단 및 치료비 등을 특화 지원해 호응을 얻었다.이 같은 여성 난임 진단 및 치료비 담보 특약은 손해보험협회로부터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기도 했다. 만 15세부터 70세까지 가입할 수 있으며 과거 큰 병을 앓았던 유병력자라도 ‘3·3·5 요건(3년 내 입원·수술 이력, 3개월 내 입원·수술 필요 소견, 5년 내 암 등 진단)’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들 수 있는 유병자 간편가입 보험으로도 설계됐다.그러나 MG손보 측이 이달 초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보험료를 크게 낮추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한 대형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는 “이 보험은 유병자 보험인데도 타사 보험과 달리 할증이 전혀 없다”며 “같은 조건으로 타사 보험과 비교했을 때 보험료가 20~30%가량 저렴한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설계사도 “고객에게 상품을 권유하고 난 뒤 오히려 고맙다는 인사를 받기는 처음”이라며 “그만큼 MG손보가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상품을 내놓은 건 맞다”고 했다. 이처럼 입소문이 돌면서 MG손보의 시장점유율은 수직 상승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만 해도 전체 GA 판매량 대비 MG손보의 비중은 1.4%에 불과했지만 이달 중순께 9.5%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금감원도 MG손보의 장기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도록 현장 지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손해보험검사국 관계자는 “금융회사 검사·제재와 관련한 사항은 공식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MG손보는 과거에도 비슷한 ‘덤핑 판매’를 하다 금감원에서 주의·경고를 받은 사례가 있다”며 “단기 실적을 위해 헐값에 보험상품을 판매하면 그때는 반짝 매출을 올릴 수 있겠지만 보험 특성상 10~20년 이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MG손보 관계자는 이에 대한 해명 요청에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만성 적자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
MG손보는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손실 1158억원, 당기순손실 1008억원을 기록하는 등 이미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지난해와 올해 1분기 보험업계가 ‘코로나 특수’를 맞아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MG손보는 지난해는 물론 올 1분기에도 196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보험사 재무 건전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인 지급여력비율(RBC)도 지난해 말 현재 135.2%로 금감원 권고치(150%) 아래로 떨어졌다. 29개 손해보험사 평균 RBC비율(234.2%)에 비해서도 크게 낮다. 2018년에도 RBC 비율이 100% 이하로 내려오면서 퇴출 위기에 놓였으나 2019년 경영 정상화 노력을 통해 RBC비율을 172.8%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설상가상으로 지난해 기준 ‘최다 민원 손보사’라는 불명예까지 안고 있다. 지난해 기준 보유계약 10만 건당 민원 건수를 보면 MG손보가 43.1건으로 손보사 가운데 가장 많다.
MG손보는 자베즈파트너스와 새마을금고 컨소시엄이 2013년 옛 그린손해보험의 자산·부채를 이전받아 설립된 손보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자산 4조2012억원을 보유해 손보업계 10위(재보험·보증보험 등 제외)에 올라 있다. 새마을금고는 형식상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로서 금융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부의 관리 감독을 받기 때문에 보험사를 직접적으로 소유하는 대신 사모펀드(현재는 JC파트너스)를 통해 지배하는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