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갑자기 '훅' 다가온 기준금리 인상

미 중앙은행(Fed)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가 발표되기 한 시간 전쯤이었습니다.

대표적 증시 낙관론자인 제레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는 16일(현지시간) CNBC에 출연해 ""지난 3월에 점도표에서 2022년 금리 인상을 찍은 Fed 위원이 4명이었는데, 이들이 다수로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점도표 작성에 참여하는 Fed 멤버가 18명이니 9명 이상이 2022년 금리 인상을 점칠 것이란 예상이었습니다. 시걸 교수는 "이런 점도표 이동이 발생한다면 주식 시장은 하락할 것이고, 월가가 Fed의 새로운 입장을 소화해야 해서 당분간 어려운 시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물론 그는 "그렇다고 강세장이 끝날 것이라고 믿지는 않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단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란 뜻이었습니다. 그는 "나는 그것(단기 하락)을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 발작)이라고 부르지 않고 테이퍼 떨림(taper tremor)이라고 부를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면서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일정도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했습니다. "먼저 테이퍼링을 하지 않고서는 내년 언젠가 금리를 올릴 수 없다"라는 얘기였습니다.

시걸 교수가 말했듯 월가는 테이퍼링은 시간문제일 뿐 8월, 혹은 9월에 결론이 대략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날 시장 관심은 테이퍼링 시기보다는 점점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을 누르기 위해 과연 몇 명이나 되는 Fed 멤버가 금리 인상을 앞당기는 걸 염두에 두고 있을지에 집중됐습니다.

오후 2시 Fed는 FOMC 성명서와 경제전망(SEP) 등을 발표했습니다. 약보합권에 머물던 S&P 500 지수는 순간 20포인트 이상 급락했습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1.48%에서 1.55%로 뛰었고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ICE 달러인덱스는 90.5에서 91.1로 솟구쳤습니다.
Fed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는 0-0.25%로 동결했고, 월 1200억 달러 규모의 자산매입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전망, 특히 점도표가 3개월 전과 크게 달랐습니다.

2023년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이 지난 3월 7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나면서 중간값이 2023년 금리 유지였던 게 두 차례 인상으로 바뀐 겁니다. 유지 혹은 한 차례 인상을 예상하던 월가는 놀랐습니다. 또 2022년 말까지 금리가 인상될 것으로 예상한 위원도 지난 4월 4명에서 7명으로 늘었습니다. 시걸 교수의 예상처럼 다수는 아니었지만, 두 명만 더 추가되면 금리가 내년에도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됐습니다. 2024년 금리 인상을 시사하던 Fed의 기존 태도와는 크게 달랐습니다. 캐피털이노코믹스는 "Fed가 2023년 한 번 인상을 시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우리는 명확히 Fed의 바뀌는 대응법을 잘못 판단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채권 시장에서는 2년 내 두 번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5년물 국채 금리가 가장 크게 상승했습니다. 순간 10bp까지 뛰면서 0.881%로 올랐습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금값은 폭락세를 보였습니다. 또 위원들은 경제전망에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예상치를 3.4%로 3개월 전(2.4%)보다 무려 1%포인트나 높였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자신들의 애초 예상보다 치솟고 있음을 인정한 겁니다. 또 내년과 내후년 PCE 예상도 각각 2.1%, 2.2%로 이전 전망치 2.0%, 2/1%보다 높게 잡았습니다. 다만 장기 인플레이션은 2.0%로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아직은 인플레가 장기적으로 계속 이어지지는 않으리라고 본 것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크 카바나 금리전략가는 "Fed가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위험을 보는 방식에 있어 중요한 변화로 보인다. Fed가 인플레이션 상승 위험을 보고 있고 그게 점도표까지 이어졌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3월 6.5%에서 7.0%로 높였습니다.성명서에도 크지는 않았지만, 일부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3월 들어갔던 "팬데믹이 미국과 세계에 걸쳐 인간과 경제 전반에서 엄청난 어려움을 불러왔다"는 문구 대신 "백신 접종이 진행되면서 미국의 코로나 확산이 줄어들었다. 이러한 진전과 강력한 정책 지원 속에 경제 활동과 고용 지표가 강화됐다"고 기술했습니다. 이렇게 경제 전망에 대한 기술이 진전되면 통화정책 변화가 잇따르는 게 일반적입니다.

오후 2시30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섰습니다. 파월 의장의 모습은 과거보다 약간 초췌해 보였고, 넥타이는 살짝 비뚤어져 있었습니다. 마치 힘든 회의를 끝낸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날 회의에 반란표는 없었고, 모두가 찬성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우리가 예상하던 것보다 좀 더 높고 지속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을 위한 예상 조건은 생각했던 것보다 빨리 이뤄질 수도 있다"라면서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회의에서 논의의 중심이 아니었다. 먼 미래의 일"이라고 단호히 선을 그었습니다. 그리고 점도표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위원회의 결정이나 계획이 아니며 위원 개인의 예상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습니다. 특히 "곧이곧대로 믿지 말아라"(with a big grain of salt) 말한 게 핵심이었습니다.

그의 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 전망
- 경제는 확실히 진전되고 있다
- 1~2년 이내에 매우 강한 고용시장으로 가는 경로에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인플레이션
- 인플레이션이 예상한 것보다 더 높고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 병목 현상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효과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 아직 문제를 일으키는 인플레이션은 보지 못하고 있다.
- 높은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줄어들기 시작할 것이다.
- 인플레이션을 아래로 누르는 요인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 인구 노령화와 낮은 생산성, 세계화 등이다.

◆노동시장과 임금상승
- 여름에서 가을로 갈수록 일자리 창출이 매우 강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 노동시장의 진전은 아직 불균형하다.
- 임금 상승을 보고 있지만 문제를 일으킬 수준은 아니다. 임금 상승은 대부분 저임금 업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테이퍼링
- 테이퍼링 문제를 논의할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고용 시장에서 '상당한 추가 진전'과는 여전히 멀지 떨어져 있지만 우리는 진전을 만들고 있다.
- 진전이 계속된다면 향후 미팅에서 테이퍼링 계획을 논의하는 게 적절할 것이다
-자산매입을 바꾸기 전에 충분히 사전에 알려줄 것이다. 신호는 매우 질서정연하고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줄 것이다.

◆금리 인상
- 금리 인상은 위원회 논의의 중심이 전혀 아니었다. 단기적 논의는 자산매입의 경로에 대한 것이다. 지금 논의하는 건 매우 시기상조다.
- 점도표는 미래의 금리 변동에 대한 훌륭한 예측자가 아니다. 그것은 매우 불확실하다. 곧이곧대로 믿지 말아라.
-금리 인상은 먼 미래 일이다. 우리는 최대 고용과 거리가 멀다.
-금리를 인상한 이후에도 통화정책은 매우 포용적일 수 있다

◆점도표
- 개인 예상이다. 경제전망은 위원회 결정이나 전망, 계획, 약속이 아니다.
- 점도표는 금리의 미래를 잘 예상하는 데 좋은 도구가 아니다. 위원회에서 점도표에 대해 논의한 것도 없다.

기자회견이 끝나갈 무렵인 오후 3시30분께 S&P 500 지수는 4233으로 정확히 FOMC 성명서가 발표되던 오후 2시 직전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나스닥은 거의 보합권으로 회복됐습니다. 파월 의장의 시장 달래기가 또다시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한 것입니다. 특히 "곧이곧대로 믿지 말아라"라는 말을 한 뒤 시장 회복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다만 기자회견이 끝난 뒤 오후 4시 폐장 때까지 주요 지수는 조금씩 하락 폭을 키웠습니다. 결국 다우는 0.77%, S&P 500 지수는 0.54% 내렸고 나스닥은 0.24%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점도표와 경제전망은 상당히 매파적이었지만 파월 의장은 충분히 부드러웠다. 베이비스텝을 통해 조건이 맞으면 테이퍼링 등을 할 것이며, 미리 신호를 줄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등 시장을 많이 설득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예상보다 공격적으로 나온 점도표를 그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투자자들이 주식을 맘 놓고 매수하기는 조금 꺼림직한 상황이 됐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Fed가 올해 인플레이션 예상을 무려 1%포인트나 높이고 점도표를 보면 이르면 1년 뒤에도 금리가 오를 수 있는 상황이 됐다(2022년 7명 인상 예측). Fed에 대한 신뢰가 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시장에선 Fed가 "현실감각을 찾았다." "시장의 인플레이션 우려를 어느 정도 수용했다"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옵니다. 고집을 피우지 않고 정책 조정을 통해 과열 우려가 약간 가라앉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한 관계자는 "Fed도 인플레이션에 대해 우려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Fed가 시장 우려에 대해 아예 귀를 막은 것도 아니라는 안도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공포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이날 6% 올랐지만, 여전히 18에 머물렀다는 점을 언급했습니다. 성명서가 나온 직후 걱정하던 것보다는 시장이 이날 회의 결과를 잘 소화했다는 겁니다. 그는 "Fed가 인플레가 더 높아질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다고 시인한 만큼 앞으로 물가 지표가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졌지만 많이가도 1.75% 정도가 아닐까 한다"고 예상했습니다.
통상 FOMC가 끝나면 시장은 이를 하루 이틀 더 소화합니다. 이번에는 하루 이틀 정도는 더 곱씹을 여지가 충분해 보입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