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구의원 충성서약에 범민주진영 150~170명 자격 박탈 직면"

홍콩매체 "범민주 40% 이상 해당…선거제 개편 이어 타격"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을 기조로 한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 범민주진영의 정계 진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다음달 충성서약이 이행되면 범민주진영 구의회 의원 상당수의 자격이 박탈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홍콩 범민주진영은 2019년 11월 구의회 선거에서 452석 중 392석을 휩쓰는 압승을 거뒀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성도일보 등에 따르면 홍콩 정부는 다음달 구의원을 대상으로 충성서약을 받을 예정이다.

충성서약은 홍콩 미니헌법인 기본법 준수, 홍콩특별행정구에 대한 충성, 홍콩정부에 책임을 다하고 임무에 헌신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홍콩 정부는 최근 관련법 개정을 통해 행정부 고위직과 입법회(홍콩 의회) 의원 등에 국한됐던 충성서약 대상을 구의원과 공무원에까지 확대했다.

또한 충성서약을 위반하는 이는 누구든 자격이 박탈되고 향후 5년간 공직에 출마할 수 없도록 했다.

이에 대해 범민주진영은 야권이 구의회를 장악하자 중국 정부가 충성서약을 내세워 구의회 손보기에 나섰다고 보고 있다. 홍콩 당국은 의원의 과거 행적도 충성서약의 진실성을 판단하는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충성서약으로 범민주진영 구의원 최소 150명이 자격박탈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이들은 지난해 9월 6일로 예정됐던 입법회 선거를 앞두고 범민주진영이 같은 해 7월 11~12일 5개 지역구별 야권 단일 후보를 정하기 위해 개최한 비공식 예비 선거에 출마하거나 선거 장소를 지원했다는 등의 이유로 자격이 박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도일보는 충성서약으로 구의원 170명의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입법회 예비 선거에 관여하고, 예비 선거 당시 정부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서약하는 문서에 서명한 이들에 대해 정부가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정부는 해당 예비 선거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에 참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예비 선거는 61만여명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범민주진영은 예비 선거를 진행하면서 입법회 전체 의석 70석 가운데 처음으로 과반을 차지하겠다는 구상으로 '35-플러스' 캠페인을 펼쳤다.

입법회의 과반을 장악한 뒤,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 과정에서 제기된 '5대 요구사항'의 관철을 위해 정부의 예산안에 대한 거부권을 무기로 행사하자는 계획을 세웠다.

SCMP는 "당국은 예비 선거에서 범민주진영이 보인 행동들이 정부의 업무에 대한 무분별한 장애를 초래할 의도로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홍콩보안법상 국가전복 혐의에 해당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충성서약을 앞두고 범민주진영 구의원은 이미 약 40명이 사퇴했다.

이들은 충성서약 이후 자격을 박탈당할 경우, 이전까지 지원받은 봉급 등 공적 자금을 모두 토해내라는 요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위험요소로 보고 있다.

SCMP는 "범민주진영 구의원이 약 350명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최소 150명이 자격을 박탈 경우 야권 의원은 40% 이상 줄어들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사면초가 상태인 범민주진영은 당국이 출마자의 자격을 심사하는 선거제 개편에 이어 또 하나의 큰 타격을 입게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