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옆동네 아파트처럼 바뀔수 있을까" 공공재개발 앞둔 노후주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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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가운 햇볕 아래 건물 옥상에서 내려다보니 빛바랜 붉은 벽돌색의 단독주택 옥상 라인이 펼쳐졌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들 사이로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단독주택촌 외곽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불쑥 솟아 묘한 대조를 보였다.
"저 아파트 단지는 구역이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뉴타운입니다.
여기도 뉴타운이 추진됐지만 중단돼서 아직 옛날 그대로고요. " 별반 차이 없는 똑같은 동네인데 한쪽은 번듯한 아파트 단지고 다른 한쪽은 꽉 막힌 저층 노후 단독주택촌이다.
하지만 이 동네도 공공재개발을 통해 주차장도 널찍한, 쾌적한 아파트 단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이곳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이다.
국토교통부 기자단은 16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현장 팸투어를 다녀왔다.
장위9구역(8만5천878㎡)은 2008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뉴타운 사업이 추진됐지만 사업성 부족과 주민간 이견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10년만인 2017년 구역이 해제됐고 이후에도 민간 개발사업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동네의 큰 길이라고 해봤자 왕복 2차로 정도였고, 인도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데 노변 가게의 오토바이나 적치 물품으로 더 답답했다.
주택가는 1980년대에 유행했던 붉은 벽돌 2층 단독주택들이 따닥따닥 촘촘히 붙어 있어 절로 덥게 느껴졌다.
주차는 아예 엄두도 못 내는 듯했다.
이날 행사를 길가에서 지켜보던 한 주민은 "이 동네는 오랫동안 개발이 안 됐는데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한다고 하니 일단 같이 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은 LH가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용적률을 법정상한의 120%까지 올려준다.
이곳은 용적률 298%를 적용받아 지상 35층 아파트 12개동(2천434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비례율, 즉 개발 사업에 따른 조합원 수익률은 125%가 넘는다.
무엇보다 사업의 속도가 민간사업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LH가 공동 사업 시행을 하니 통합심의를 적용해 보통 10년 걸리는 사업을 절반 수준인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정부는 장담한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를 벌이자 주민들이 60%가 넘는 동의율을 얻어 신청할 정도로 사업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지훈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우리는 공공재개발이 신속한 인허가로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들어왔다"며 "LH와 협력해서 이곳을 최고 주거단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혜택을 보는 만큼 조합원들이 양보해야 할 것도 있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원 분양분 외 주택의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내놓아야 하고 그러면서 전체 세대의 20% 이상은 공공임대로 채워야 한다.
주민 100%가 공공재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 반대하는 비대위가 구성돼 있고, 670명의 주민 중 70명가량은 조합원 분양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해야 할 처지다.
기자단은 공공재건축이 추진되는 중랑구 망우1구역(1만1천204㎡)도 둘러볼 수 있었다.
공공재건축은 공공재개발과 마찬가지로 LH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해 공공성을 높이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와 통합심의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사업이다.
기자단은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 옥상에 올랐는데, 5층 아파트였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서울에 아직도 이렇게 낡은 아파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간간히 '쩡쩡' 굉음이 들려 일행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누군가 옥상 바닥에 놓인 돌 덮개를 밟아 낸 마찰음이 건물 내부로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이내 주민들이 올라와 덮개를 밟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단층 아파트와 빌라들의 옥상은 곳곳이 기왓장이 쓸려나가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덮어놓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도 주변 아파트촌과 경계가 확연히 구분됐다.
2012년 재건축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해 주민들은 옆 동네가 개발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최용진 조합장은 "사업성이 없어 진도를 빼지 못했지만 공공재건축을 통해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공공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을 270%까지 끌어올려 최고 28층 아파트 6개 동을 지을 예정이다.
공공재건축을 하면 공급 세대수는 481호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기존 민간 재건축으로 하면 344호밖에 짓지 못한다.
LH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할 때 사업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는데 이미 주민 동의율이 26%를 넘겨 이달 중에는 필요한 50% 동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곳 주택 소유자의 60%는 현재 실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이곳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분양가 수준이나 비례율 등 사업 조건에 대해 LH와 조합간 원만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토부와 LH는 공공재건축이든 공공재개발이든 사업이 끝나고 완성된 아파트는 절대 'LH 아파트'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여전히 주공 아파트, LH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사업 참여를 꺼리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LH는 앞서 사업 시행에 참여했던 안양 덕천 래미안 단지의 사례를 들었다.
그곳 역시 공공재개발과 마찬가지로 LH가 공동 시행을 벌였지만 단지 어디를 봐도 LH의 흔적은 없고 단지 래미안 아파트로만 돼 있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나 단지명 등은 민간 건설사 브랜드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마감재 등도 민간사업과 같은 수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들 사이로 미로처럼 좁은 골목길이 보일 듯 말 듯 했다. 단독주택촌 외곽에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불쑥 솟아 묘한 대조를 보였다.
"저 아파트 단지는 구역이 어딘지는 모르겠는데 뉴타운입니다.
여기도 뉴타운이 추진됐지만 중단돼서 아직 옛날 그대로고요. " 별반 차이 없는 똑같은 동네인데 한쪽은 번듯한 아파트 단지고 다른 한쪽은 꽉 막힌 저층 노후 단독주택촌이다.
하지만 이 동네도 공공재개발을 통해 주차장도 널찍한, 쾌적한 아파트 단지로의 변신을 꿈꾸고 있다. 이곳은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이다.
국토교통부 기자단은 16일 국토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진행한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현장 팸투어를 다녀왔다.
장위9구역(8만5천878㎡)은 2008년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돼 뉴타운 사업이 추진됐지만 사업성 부족과 주민간 이견 등으로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10년만인 2017년 구역이 해제됐고 이후에도 민간 개발사업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했다. 동네의 큰 길이라고 해봤자 왕복 2차로 정도였고, 인도는 두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인데 노변 가게의 오토바이나 적치 물품으로 더 답답했다.
주택가는 1980년대에 유행했던 붉은 벽돌 2층 단독주택들이 따닥따닥 촘촘히 붙어 있어 절로 덥게 느껴졌다.
주차는 아예 엄두도 못 내는 듯했다.
이날 행사를 길가에서 지켜보던 한 주민은 "이 동네는 오랫동안 개발이 안 됐는데 정부가 공공재개발을 한다고 하니 일단 같이 가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재개발은 LH가 사업 시행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용적률을 법정상한의 120%까지 올려준다.
이곳은 용적률 298%를 적용받아 지상 35층 아파트 12개동(2천434호)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비례율, 즉 개발 사업에 따른 조합원 수익률은 125%가 넘는다.
무엇보다 사업의 속도가 민간사업보다 월등히 빠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LH가 공동 사업 시행을 하니 통합심의를 적용해 보통 10년 걸리는 사업을 절반 수준인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고 정부는 장담한다.
정부가 공공재개발 후보지 공모를 벌이자 주민들이 60%가 넘는 동의율을 얻어 신청할 정도로 사업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김지훈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우리는 공공재개발이 신속한 인허가로 빨리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들어왔다"며 "LH와 협력해서 이곳을 최고 주거단지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이와 같은 혜택을 보는 만큼 조합원들이 양보해야 할 것도 있다.
공공재개발은 조합원 분양분 외 주택의 50% 이상을 공적임대로 내놓아야 하고 그러면서 전체 세대의 20% 이상은 공공임대로 채워야 한다.
주민 100%가 공공재개발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에 반대하는 비대위가 구성돼 있고, 670명의 주민 중 70명가량은 조합원 분양을 받지 못하고 현금청산해야 할 처지다.
기자단은 공공재건축이 추진되는 중랑구 망우1구역(1만1천204㎡)도 둘러볼 수 있었다.
공공재건축은 공공재개발과 마찬가지로 LH 등 공공기관이 시행에 참여해 공공성을 높이는 대신 용적률 인센티브와 통합심의 등 각종 혜택을 주는 사업이다.
기자단은 한 재건축 대상 아파트 옥상에 올랐는데, 5층 아파트였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서울에 아직도 이렇게 낡은 아파트가 있나 싶을 정도였다.
간간히 '쩡쩡' 굉음이 들려 일행은 깜짝 놀라기도 했다.
누군가 옥상 바닥에 놓인 돌 덮개를 밟아 낸 마찰음이 건물 내부로 울려 퍼지는 소리였다.
이내 주민들이 올라와 덮개를 밟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
옥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주변 단층 아파트와 빌라들의 옥상은 곳곳이 기왓장이 쓸려나가 임시방편으로 비닐로 덮어놓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도 주변 아파트촌과 경계가 확연히 구분됐다.
2012년 재건축조합이 설립됐지만 사업성 부족으로 아무런 진척을 보지 못해 주민들은 옆 동네가 개발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최용진 조합장은 "사업성이 없어 진도를 빼지 못했지만 공공재건축을 통해 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을 해서 사업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곳은 공공재건축 용적률 인센티브를 통해 용적률을 270%까지 끌어올려 최고 28층 아파트 6개 동을 지을 예정이다.
공공재건축을 하면 공급 세대수는 481호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기존 민간 재건축으로 하면 344호밖에 짓지 못한다.
LH 관계자는 "주민설명회를 할 때 사업 동의서를 걷기 시작했는데 이미 주민 동의율이 26%를 넘겨 이달 중에는 필요한 50% 동의를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곳 주택 소유자의 60%는 현재 실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이곳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분양가 수준이나 비례율 등 사업 조건에 대해 LH와 조합간 원만한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국토부와 LH는 공공재건축이든 공공재개발이든 사업이 끝나고 완성된 아파트는 절대 'LH 아파트'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여전히 주공 아파트, LH 아파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으로 사업 참여를 꺼리는 주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LH는 앞서 사업 시행에 참여했던 안양 덕천 래미안 단지의 사례를 들었다.
그곳 역시 공공재개발과 마찬가지로 LH가 공동 시행을 벌였지만 단지 어디를 봐도 LH의 흔적은 없고 단지 래미안 아파트로만 돼 있다는 것이다. LH 관계자는 "아파트 브랜드나 단지명 등은 민간 건설사 브랜드를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고 마감재 등도 민간사업과 같은 수준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