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통선 이북지역에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 16.1% 분포

면적은 국토 1.13%에 불과…멸종위기 44종 포함 4천315종 생물종 서식 확인
민간인 통제선 이북지역(민북지역)의 생태계에서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의 16.1%인 4천316종의 생물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민북지역의 생물다양성 보전정책 수립에 활용하기 위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민북지역에서 실시한 '생태계 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에서 주관했다.

민북지역을 동부 해안 등 5개 권역 39개 조사경로로 구분하고, 매년 1개 권역을 대상으로 지형, 식생, 동·식물 등 10개 분야를 계절별로 조사·분석하는 방식이었다. 민북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종의 수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을 포함해 총 4천315종으로 확인됐다.

민북지역의 면적은 1천133㎦로, 국토 면적(10만413㎦)의 1.13%이나 생물종 분포는 우리나라 전체 생물종(2만6천814종)의 16.1%에 달했다.

1㎢ 면적 당 생물종의 수를 비교하면 보호지역인 국립공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분류군별 확인된 종(멸종위기종 수)은 식물 1천126종(2), 포유류 24종(6), 조류 145종(17), 양서·파충류 29종(5), 육상곤충 2천283종(4), 어류 81종(8),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334종(4), 거미 293종(0)이다.

양서·파충류의 경우 국내 서식하는 54종 중 29종(53.7%)이, 어류는 213종 중 81종(38%)이 이번 민북지역 조사에서 관찰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44종 중 두루미 및 재두루미, 사향노루, 버들가지는 현재 민북지역에서만 서식하거나 월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두루미와 2급인 재두루미는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 생존개체수의 약 50%가 철원평야를 중심으로 연천, 파주를 월동지로 이용하고 있다.

이 지역은 먹이자원이 풍부한 농경지가 있고, 휴식지로 활용 가능한 하천, 저수지가 넓게 분포해 최적의 서식 환경이 된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과 사향노루는 강원도 화천, 양구, 고성의 산악 암반 지대에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버들가지는 우리나라 최북단인 고성군 남강 상류, 지경천 등 제한된 하천 또는 산간 계곡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5개 권역의 생물종을 비교한 결과 파주·철원·연천 등의 서부지역이 양구·인제·고성 등의 동부지역보다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했다.

서부지역이 산림, 하천 및 농경지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5개 권역의 39개 조사경로를 대상으로 생태계가 우수한 지역을 평가한 결과 철원 토교, 화천 고둔골 경로 등 12개 경로가 '우수' 점수를 받아 상대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지역으로 조사됐다.

철원의 토교 경로는 두루미·흰꼬리수리·새호리기·벌매 등 다수의 멸종위기종 조류가 서식하고 생물종 다양성이 풍부했다.

화천의 고둔골 경로는 지형·멸종위기종 등 11개 지표에서 '상'으로 평가돼 보호 가치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받았다.

이중 화천 고둔골 등 6개 경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등으로 향후 개발 가능성이 높아 생태계 보전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정섭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민북지역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생태계 조사가 처음 이루어진 만큼 이를 토대로 관계부처, 지자체, 전문가 등과 협력해 민북지역에 대한 생태계 보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제2차 비무장지대(DMZ) 및 민북지역 생태계 조사(2021〜2026년)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