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파괴자인가 창조자인가

커버스토리

온라인 법률 서비스, 숙박·승차공유, 배달앱…
AI·빅데이터 기반으로 기존 사업자 영역 공략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정보기술(IT)을 통해 제품·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플랫폼 사업이 급성장하면서 오프라인 위주인 기존 사업자들과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다. 대표적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2019년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57억유로(약 7조6800억원)에 매각됐다. 강은구 한국경제신문 기자
최근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인 ‘로톡’과 변호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 사이에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이 헌법소원으로까지 불거졌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퍼지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와 기존 오프라인 사업자 사이의 갈등이 헌법적 가치에 대한 물음으로까지 옮아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로톡을 운영하는 로앤컴퍼니는 지난달 31일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이 변호사의 직업 수행의 자유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습니다. 앞서 변협은 지난달 3일 이사회를 열어 법률 플랫폼을 통한 홍보를 오는 8월부터 전면 금지하는 규정 개정안을 통과시켰죠. 로톡은 온라인과 모바일 앱으로 변호사들의 주력 분야와 활동 지역 등을 광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플랫폼입니다. 소비자는 한꺼번에 여러 변호사의 이력을 비교하고, 수임료도 미리 확인할 수 있죠. 변협은 로톡의 변호사 중개 서비스가 ‘경제적 대가를 받고 변호사를 소개·알선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몇 차례 고발에도 로톡이 무혐의 처분을 받자 변협은 내부 규정을 개정해 ‘로톡을 이용하면 징계하겠다’고 변호사 단속에 나선 것입니다. 로앤컴퍼니는 “시대 착오적”이라고 반발하고 있죠.로톡 같은 플랫폼 사업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제품·서비스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해 주는 비즈니스입니다. 4차 산업혁명 바람을 타는데다 판매자와 소비자가 서로 쉽게 연결될 수 있는 장점에 힘입어 성장하는 산업이죠.

하지만 기존 제품·서비스 사업자는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된다며 거세게 반발해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숙박 공유앱인 에어비앤비는 기존 숙박업자, 자동차 공유서비스인 우버와 타다는 택시업계, 심야 전세버스인 콜버스랩은 기존 버스·택시 사업자 반발에 부딪혀 결국 국회에서 금지법(일부 외국인에만 허용)까지 만드는 등 못하게 했죠. 그러나 사회적 후생을 높이는 기술 혁신을 기득권을 내세워 강제로 막고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습니다. 새로운 산업이 활발하게 등장해야 경제 활력이 높아지고,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죠. 실제 전자상거래인 쿠팡이나 배달앱 배달의민족 등 일부 플랫폼 사업은 급격히 성장하고 관련 분야 종사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플랫폼 사업이 기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는 파괴자인지, 신기술로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어 내는 창조자인지 논란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4, 5면에서 더 알아봅시다.

정태웅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