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시장서 '코로나發 부도'는 제로(0)…불안한 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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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지난해 코로나19는 전 세계 경제에 초대형 악재였다. 한국도 비켜날 순 없었다. 지난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9%에 그쳤다. 1960년 통계 작성 이후 마이너스(-) 성장률이 나타난 건 지난해를 포함해 딱 세번이다. 1980년 2차 석유 파동(-1.6%), 1998년 외환위기(-5.1%) 그리고 지난해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일단 거시경제 환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코로나19는 이같은 추세를 가속화시켰다. 한국은행 역시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지난해 초 연 1.25%였던 기준금리를 연 0.5%까지 인하했다. 또 신용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금리 차)도 그다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 해도 신용 스프레드가 큰 폭으로 상승해 금리 인하에도 기업들의 조달 비용이 크게 뛰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의 부정적인 영향이 큰 업종에 속한 기업들 대부분이 우수한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계열이라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업종은 정유, 호텔, 유통 등이다. 이 업종에 속한 상당수 기업의 신용등급은 A~AA급에 분포돼 있다.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거나 부정적 등급전망을 달게 됐더라도 상대적으로 우수한 신용등급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양진수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국내 기업의 전반적인 재무구조 개선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며 "외환위기 때 전반적으로 높던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은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크게 개선됐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의 경기 침체 과정에서 건설, 해운, 조선업의 구조조정도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익성 저하와 차입 증가로 인한 부담은 기업의 재무제표에 오롯이 축적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기의 양호한 유동성과 차입 확대를 통한 부도 위험 감소가 향후 전반적인 기업 경영 환경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정 위원은 "시중은행의 경우 약 150조원의 정책성 대출을 실행하면서, 관련 채권 규모가 전체 대출 잔액의 10%를 웃돌게 됐다"며 "코로나19 시기의 정책성 대출과 해외 대체 투자는 금융사의 잠재적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종료에 대한 기대로 단기적인 경제 회복이 점쳐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구조적 불황의 서막이 될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