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노의 스마트 경제 읽기] G7의 법인세율 담합…경제위기 극복에 도움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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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S9
(21) 세율이 세수를 좌우한다우리는 흔히 손쉬운 세수 확보의 방법으로 세금 인상을 떠올린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납세자의 동의 없이 막무가내로 세금을 인상했다가는 거센 반발만 불러오기 때문이다. 사실 그 누구도 자기 주머니에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이는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에서도 명징하게 드러난다. 특히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 입장에서 법인세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실제로 기업활동은 법인세율이 높을수록 위축되고, 반대로 법인세율이 낮을수록 활발해진다. 낮은 법인세율로 이득을 본 나라는 바로 아일랜드다. 현재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이 12.5%다.
이렇게 낮은 법인세율은 아일랜드를 경제 위기에서 구해내기까지 했다. 2010년 아일랜드는 재정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지만, 3년 만인 2013년 12월 유로존 재정위기 국가 중 최초로 구제금융에서 벗어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답은 법인세율 인하에 있었다.
법인세 낮춰 기업 몰리자 세수 더 늘어난 아일랜드
아일랜드가 법인세율을 낮추자 해외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렸고 꽁꽁 얼어붙었던 아일랜드 경제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플과 구글의 유럽 본사 등이 아일랜드로 옮겨갔다. 세계적 기업이 속속 아일랜드에 둥지를 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내수시장이 활성화됐으며, 아일랜드 경제가 살아났다. 더불어 가계소득 증대에 따라 아일랜드 정부의 세수도 증가했다. 세계 각국에서 많은 기업이 몰리면서 아일랜드 정부가 거둬들이는 법인세가 늘어난 것은 당연했다. 즉 개별 기업의 법인세율을 낮춘 덕분에 전체 법인세의 규모는 늘어난 것이다.이처럼 일관성 있는 아일랜드 정부의 낮은 법인세율 정책은 글로벌 기업에 신뢰를 주었고, 적극적인 투자를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기업에 정부의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각국의 정부는 법인세 인하 경쟁이 반가울 리 없다. 글로벌 자본과 기업을 유치하고 경영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까다롭고 불편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보다 손쉬운 정치적 해법을 찾게 마련이다. 각국의 정부들이 담합해서 법인세 인하 경쟁을 막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졌다. 최근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모여 각국의 최저 법인세율을 15%로 정했다. 법인세율이 12.5%인 아일랜드를 겨냥한 것이다. 과연 정치적 이해득실로 법인세율을 높이는 정책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까? 세율을 올리려는 노력은 오히려 경제살리기에 역행하는 일이다.
레이거노믹스와 래퍼곡선
레이거노믹스는 미국의 제49∼50대 대통령(1981∼1989)을 지낸 로널드 레이건이 추진했던 경제정책의 통칭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만 해도 미국 경제는 세계 2차대전 후 최악의 상황에 봉착해 있었다. 1960년에서 1980년까지 20년에 이르는 동안 인플레이션은 2%대에서 14%로, 같은 기간 실업률은 4%에서 10%로 상승했다. 즉 당시 미국 경제는 물가가 치솟고 실업률이 높아지며 경기는 후퇴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었다.따라서 레이건 정부의 당면 과제는 두말할 것 없이 ‘경제 살리기’였다. 레이건 대통령은 암흑기에 놓인 미국 경제를 되살리면서 동시에 바닥까지 추락한 미국 국민의 자존심을 끌어올리고자 했다. 레이건 정부는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공급을 장려했다. 특히 스태그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해 세율 인하, 규제 완화, 정부 지출 축소, 긴축 통화정책 등을 펼쳤다. 결과적으로 레이거노믹스는 성공했다. 두 자릿수였던 인플레이션은 5%대까지 떨어졌고, 레이건 대통령이 재임한 8년 동안 미국 내 일자리가 무려 2000만 개나 새롭게 생겨났다. 2%에 불과하던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4% 이상이 됐다. 그야말로 미국 경제의 암흑기를 종식시키며 새로운 번영의 길로 나아가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레이거노믹스의 성과를 견인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세금 감면이었다. 레이건 정부는 세금 감면에 따른 유인 효과를 통해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레이건 정부의 감세정책을 가능하게 한 밑바탕에는 미국 경제학자 래퍼가 창안한 래퍼곡선이라는 이론적 근거가 깔려 있었다.래퍼곡선은 세율에 따라 조세수입이 변화하는 관계를 표현한 것으로, 래퍼곡선을 통해 조세수입이 최대가 되는 세율을 찾아낼 수 있다. 래퍼곡선에 따르면 극단적으로 세율이 0%거나 100%일 경우 세수입은 0이 된다. 세율이 0%인 경우, 걷는 세금이 없으니 당연히 세수도 0이 된다. 반대로 세율이 100%인 경우, 아무도 일하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세금을 부과할 소득이 없어 세수입은 0이 된다.
하지만 세율이 0%에서 점점 높아지는 경우 조세수입도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그러다 특정 세율에 이르러 조세수입이 정점을 찍는다. 이후에는 세율이 상승해도 조세수입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그 이유는 높은 세율이 일하려는 의욕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소득을 얻더라도 세금 내느라 남는 것이 없다면 그 누가 열심히 일할 마음이 들겠는가. 결국, 총생산이 감소하며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소득 자체가 줄어들면서 조세수입이 줄어들게 된다. 레이건 정부는 이런 래퍼곡선에 따라 감세정책을 펼쳤고, 실제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물론 래퍼곡선이 경제학에서 절대적인 이론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처한 경제 상황과 실증적인 문제가 모두 달라 현실적으로 조세수입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지점을 정확히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감세정책의 효과마저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여러 경제학자의 연구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 적용해 본 감세의 효과는 긍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현재도 경제학에서 증세와 감세는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부분의 증세가 거센 반발에 직면하고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았던 전적을 미루어 볼 때, 증세와 감세 가운데 어느 쪽이 경제에 이로울지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