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는 디지털 구독 비즈니스의 조건 [삼정KPMG CFO Lounge]

[한경 CFO insight]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전무)
“소유권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이용(Access)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미국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 교수가 20여 년 전 발간한 저서 ‘소유의 종말’(The Age of Access)에서 이같이 말했다. 2021년이 된 오늘날 소유보다는 체험하고 경험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소비자가 많아지고 있다.

소비 구조의 이러한 변화에 따라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경제에 기업과 소비자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정해진 기간 동안 구독료를 지불하고,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주기적으로 제공받는 개념이다. 구독의 핵심은 ‘정기적’이라는 데 있다. 구독경제는 오래 전부터 우리 일상에서 함께해왔다. 우유나 신문배달처럼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뤄지던 구독 비즈니스는 디지털 플랫폼 발달과 함께 전 산업영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소비자 일상에 구독경제가 스며들고 있으며, 모든 것이 서비스화되는 ‘구독경제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독경제 유니콘의 등장구독경제 시장의 성장 이면에는 글로벌 투자자들의 공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10여 년 전부터 구독경제 관련 기업에 투자를 지속해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연간·월간 반복수익과 같이 정해진 계약기간 동안 반복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구독경제 시장의 성장으로 관련 섹터에 대한 글로벌 투자 열기가 더욱 고조됨에 따라, 2010년 26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던 투자액은 2020년 93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넷플릭스, 드롭박스, 스포티파이는 태생부터 구독경제 모델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과, 투자금을 유치한 뒤 유니콘 반열에 올라 상장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들처럼 발빠른 기업은 다양한 형태의 구독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인하며 디지털 구독경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예컨대 미국의 펠로톤(Peloton)은 첨단기술이 접목된 피트니스 기기에 관련 스트리밍 콘텐츠를 구독형으로 제공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구독형 전자서명 솔루션으로 시작해 스마트 계약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도큐사인(DocuSign)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더욱 주목받고 있다.

모든 산업으로 확산하는 구독경제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로 대표되는 포르쉐도 매달 요금을 지불하면 자사 차량을 골라 탈 수 있는 구독 플랜 ‘포르쉐 드라이브’를 제공하며 구독 비즈니스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CD 형태로 판매하던 자사 오피스 프로그램을 디지털 구독 형태로 전환했다. 게임과 관련해선 월정액 요금을 지불하면 수 십여 종의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엑스박스 게임패스를 제공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웰니스와 건강관리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주목받는 가운데, 기능성 스포츠웨어 브랜드 룰루레몬(Lululemon)은 2020년 홈 트레이닝 분야의 구독 스타트업 미러(Mirror)를 인수하며 구독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과거 오프라인을 주 무대로 이뤄지던 구독 비즈니스는 디지털 플랫폼으로 이동하면서 전 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각 산업에서 전통적 비즈니스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던 기존 기업들도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해 자사 상품 및 서비스를 구독 모델로 전환하거나 구독 비즈니스 관련 투자 및 기업 인수합병(M&A)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잘 나가는 구독 기업의 성공 비결 디지털 구독경제 시장에서, 기존 기업들이 구독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고려해야 할 포인트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구독은 소유가 아닌 이용이라는 전혀 다른 컨셉이다. 기존 구매 측면의 고객여정(Customer Journey)이 아닌 구독여정(Subscription Journey) 관점에서 인지 및 탐색, 선택 및 결제, 이용·경험, 구독유지·해지 등 단계별로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 경험을 최적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둘째, 구독 비즈니스의 시작은 유료 구독자 확보이므로 자사가 가진 상품과 서비스의 재조합, 가격 책정 등 상품 패키징 전략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험 같은 경우 고객별로 월 정액형 상품을 제시하고 보장 카테고리를 선택하도록 하며, 향후 제휴를 통해 유관 서비스도 같이 패키징 할 수 있다. 마케팅 관점에서 무료체험 서비스 도입여부, 범위, 활용 목적, 유료서비스로의 연계 방안, 중장기 로드맵 등을 같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셋째, 구독 비즈니스의 핵심은 고객 유치가 아닌 유지다. 개인화된 맞춤 서비스 및 차별적 가치를 제공하는데 역점을 둬야 한다. 소비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비타민을 정기배송해 주는 리추얼(Ritual) 같은 경우에도 복용하고 있는 비타민의 종류 및 성분을 손쉽게 확인하도록 앱을 지속적으로 개편할 뿐만 아니라, 비타민의 향 및 흡수를 고려한 캡슐화까지 고민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넷째, 구독서비스 경쟁력의 지속적 차별화와 생태계 확장을 위해 M&A 및 투자, 파트너십, 고객 접점 확대 및 서비스 제고 전략을 끊임없이 강구해야 한다. 유니콘으로 등극한 전자서명 1위 업체 도큐사인의 경우에도 2017년 머신러닝 기술을 보유한 어퓨리를 인수하고 2020년 AI 기반의 문서 계약 검토 및 분석 강화를 위해 씰 소프트웨어(Seal Software)에 투자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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