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되겠단 최고(最古) 어묵 회사...비결은?[데이비드 김의 이머징 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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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FO insight][편집자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 '마켓인사이트'는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와의 협업을 통해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숨은 강소기업을 소개하고, 창업자·최고경영책임자(CEO)와의 인터뷰 대담을 게재합니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사진)는 투자 전문가 못지 않게 인터뷰 고수로 유명합니다. 전 세계 굵직굵직한 '큰 손'과 투자전문가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하고 팟캐스트 채널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와 '아시안 인베스터스'에 게재해오고 있습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삼진어묵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어묵회사다. 고(故) 박재덕 회장이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1953년 사업을 시작했다. 부산에 몰려든 피란민들에게 값싼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2대 박종수 회장을 거쳐 지금은 박용준 대표(사진 왼쪽)가 회사를 이끌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묵은 그저 길거리 포장마차에서나 가끔 사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주를 이뤘다. 삼진어묵 역시 부산 지역에서 4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던 작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2011년 박용준 대표가 부임하면서 확 달라졌다. 박 대표는 국내 최초로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을 도입하고 온라인 어묵 판매를 강화하는 등 경영의 ‘틀’을 깨나갔다. ‘어묵 고로케’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어묵 제품도 시도했다. 어묵을 국민 건강 간식으로 만들고자 했다.
70년 전통에 ‘혁신’을 입히자 삼진어묵은 전국구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2013년 82억원이었던 회사의 매출은 이듬해 두 배 이상 성장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750억원을 넘어섰다. 30대의 젊은 CEO인 박 대표가 가진 경영 철학은 무엇일까.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에서 그를 만나봤다.다음은 일문일답.
회사를 상당히 크게 키웠다. 어떻게 어묵으로 이 같은 성장을 이뤄냈나.
“어묵 시장은 지난 수십 년동안 ‘레드오션’이었다. 사실상 전통식품으로 여겨지던 음식이었다. 이런 인식으로는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했다.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바꾸고 싶었다. 우리 회사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무엇일지 밤낮으로 고민했다. ‘갓 튀긴 따끈따끈한 어묵’을 어떻게 하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형태로 제공할 수 있을지 생각하던 중 ‘베이커리형 어묵 매장’이 떠올랐다. 어묵에 콩, 단호박, 고구마, 파프리카, 연근 등 다양한 재료를 접목해 80여 가지 형태 제품을 내놨다. 그 중에서도 어묵 고로케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소셜 미디어에서 ‘이색 먹거리’라며 호평이 이어졌다. 감사한 부분이다.”
결단을 내린 것 같다. 그런 창의적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데 두려움은 없었나.
“당연히 겁이 났다. 하지만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하나씩 증명해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타고 다니던 차를 팔아서 사업 비용을 마련하려 했다. 정체된 사업 상황 속에서 비용을 최소화해야 했다. 대신 그만큼 신중하게 공을 들여 준비를 했다. 베이커리형 매장 하나를 준비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회사를 변화시키면서 어떤 부분에 가장 주안점을 뒀나.
“단순히 베이커리형 매장을 만들고,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것 이상으로 ‘문화’를 바꾸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묵을 ‘선물’용으로 사용하는 문화는 거의 없었다. 우리는 이런 점을 눈여겨 보고 어묵 선물세트를 만들었다. 이번 설 명절에 일주일 동안 40억원치의 선물세트 매출을 올렸다. 이제는 사람들이 어묵을 명절 선물세트로 써도 손색없다는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다.
또 어묵은 단백질이 많이 들어가 있다. 다이어트를 하거나 운동을 하며 몸매 관리에 신경 쓰는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닭가슴살처럼 어묵도 건강 식품이라는 인식을 심고 싶다.
우리는 전통 있는 회사다. 진정한 전통은 단순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에 맞춰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합쳐져야 한다. 전쟁통에 피란민들 밥상에 생선을 어묵 형태로 저렴하게 올렸다면, 이제는 어떻게 그 어묵을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해외 진출을 고려한다면 어떤 지역이 가장 적합한가.
“우선 동남아시아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생선을 많이 소비하는 지역이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 ‘생선을 저렴하게 가공해 먹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어묵 소비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남아 지역에는 ‘피쉬볼’이 유명하다. 동남아 스타일 어묵이다. 이 피쉬볼을 훨씬 더 저렴하게 대체할 수 있는 게 우리가 잘 아는 꼬치 형태의 어묵이다.
어묵 문화가 어느 정도 자리잡은 뒤에는 고급화 전략을 추구할 것이다. 백화점에 입점하는 게 목표다. 삼진어묵이 입소문을 타고 브랜드로 자리잡으려면 ‘오피니언 리더’에게 알려져야 한다. 그런 리더들이 자주 찾는 곳이 백화점이다. 이런 방식으로 중산층 사람들과 오피니언 리더들을 차례로 사로잡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미국이나 유럽 시장은 어떻게 공략하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미국이면 미국인에 맞는 입맛으로 제품을 만들 필요가 있다. 고단백의 어묵에 아몬드 등 견과류를 넣어 ‘프로틴 바’ 형태의 제품을 기획해볼 생각이다. 또 훈연 방식을 활용하거나 찌고, 굽는 등 다양한 방법을 쓸 예정이다.”
자회사를 소개한다면.
“주요 자회사로 ‘어메이징팩토리’를 두고 있다. 어묵을 ODM/OEM 형태로 제조하고 있다. ‘어묵에 패션을 입히다’가 슬로건이다. 10~30대의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삼았다. 여기 있는 공장은 효율성보다는 다양성을 추구한다. 다양한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공장을 만들었다. 공장 효율성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이 올라가지 않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어묵의 가격은 기본적으로 그리 비싸지 않다. 요즘 젊은 세대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원가가 약간 높아지더라도 다양한 가치를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제공하자는 생각이다.”
삼진어묵의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인가.
“‘비욘드 어묵’이다. 어묵을 넘어서자는 것이다. 생선이 가진 가능성을 보고 나아갈 것이다. 어묵이 세계적인 음식이 된 뒤에는 이 어묵을 또 다른 다양한 형태로 개발할 수 있다. 저렴하고 건강한 형태의 ‘미래 식량’으로 나아가는 게 목표다. 생선을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제안을 하는 것만으로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 될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데이비드 김 노스헤드캐피털파트너스 대표 & 팟캐스트 'CEO 라운드테이블-브릿징 아시아(CEO Roundtable-Bridging Asia)', '아시안 인베스터스(Asian Investors)' 운영자.
정리=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