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좌초 위기 겪은 시카고 73층 빌딩 건설 재추진

자전거 사고로 숨진 유명 건축가 헬무트 얀 유작…아파트로 용도변경
코로나19로 좌초 위기를 겪은 미국 시카고의 초고층 빌딩 건설 계획이 다시 추진된다. 시카고 도시계획위원회는 도심 명소 '그랜트 파크' 인근에 건립이 추진돼온 73층 높이(245m)의 주거전용 빌딩 '1000M'에 대한 용도변경안을 17일(현지시간) 승인했다.

현지 일간 시카고 트리뷴은 개발업체 발표를 인용 "시카고 시의회가 예정대로 변경안을 승인하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1년 이상 중단됐던 건설 공사가 올가을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 건축의 메카'로 불리는 시카고 도심에 또 하나의 마천루가 들어서게 되는 셈이다. '1000M' 건설을 맡은 뉴욕 부동산 투자개발업체 '타임 에퀴티스'(Time Equities) 측은 애초 217개 유닛의 콘도미니엄(한국의 아파트 개념)으로 설계된 빌딩을 고급 아파트(임대 전용) 738가구로 바꿔 짓기로 하고 용도변경 허가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빌딩 높이도 74층·254m에서 73층·245m로 낮아졌다.

또 개발업체 측은 이 빌딩에 저소득층을 위한 유닛을 23채 포함하기로 했다. 타임 에퀴티스 최고경영자(CEO) 프랜시스 그린버거는 "코로나19 기간 모두가 힘들었고 이로 인해 큰 변화들이 생겼다"면서 "시장 상황 변화와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개발 계획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 빌딩은 2019년 말, '2008년 대공황 이후 시카고에 추진되는 최대 규모 콘도 건설 프로젝트'로 관심을 끌며 착공됐다.

그러나 기초 공사가 한창이던 작년 초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하며 모든 작업이 중단됐다. 게다가 건설 자금 4억7천만 달러(약 5천300억 원)를 대출해주기로 한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가 부동산 시장 변화에 우려를 표하며 지원을 보류했고, 개발업체 측은 건설 프로젝트의 '무기한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다 작년 말 개발업체 측이 찾아낸 해결 방법은 콘도를 아파트로 바꿔 짓는 것이었다.

"콘도와 달리 아파트는 입주 전 입주자에게 재정적 부담을 지우지 않는다"고 트리뷴은 설명했다.

이 빌딩은 지난달 시카고 교외도시 자택 인근에서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로 숨진 독일 출신 유명 건축가 헬무트 얀(1940~2021)의 유작이다.

독일 뮌헨대학 졸업 후 시카고로 유학한 얀은 베를린의 명문 '소니센터'에서부터 워싱턴DC의 연방수사국(FBI) 본부, 북미 최대 컨벤션 센터인 시카고 매코믹 플레이스, 오헤어국제공항, 일리노이 제2 주청사인 제임스 R. 톰슨센터 등 많은 빌딩을 설계했다.

그는 최근까지 왕성히 활동하며 뉴욕 50웨스트 스트릿(237m·2016년 완공), 독일 로트바일 티센크루프 테스트 타워(246m·2017년 완공) 등을 남겼다. 트리뷴에 따르면 '1000M'은 얀이 제2의 고향 시카고에 남긴 최고층 빌딩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