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평양 능라도 영상' 제작사 존재도 몰랐다

"외주업체가 삽입…수사의뢰 검토"
외교부가 지난달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개막식에 ‘평양 능라도 영상’을 삽입한 영상 제작업체들의 존재조차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영상 참사 20일이 지나서야 외부 기관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겠다고 하면서 ‘늑장 대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18일 능라도 영상 삽입 경위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지난 4월 행사 대행업체 A사가 1차 외주업체 B사와 3850만원을 주고 계약하고 모션 그래픽 특별 부문에 대해서는 1600만원을 주고 C사에 의뢰했다”며 “준비기획단은 B사와 C사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외교부에 따르면 능라도 영상은 정상회의 개막 나흘 전인 지난달 26일 B사와 C사의 자체 판단하에 삽입됐다. 당초 영상은 수묵화가 들어갔지만 지난달 19일 “행사 방향과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준비기획단의 수정 지시에 B사가 25일 미국 위성 영상이 삽입된 개막 영상을 기획단에 보고해 승인됐다. 하지만 B사 대표는 기획단에 보고 없이 “서울에서 열리는 행사이니 서울에서 ‘줌 아웃’되는 게 좋겠다”며 교체를 요구했고, C사는 영상 구매 사이트에서 ‘북한 평양’이라는 말이 포함된 제목의 능라도 영상을 구매해 삽입했다.

능라도 영상은 개막일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과 29일, 30일 등 세 차례의 리허설에서 상영됐지만 참석한 청와대와 외교부 관계자들은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최대 규모의 정상회의 개막식 영상을 외교부가 인지도 하지 못한 민간 업체 두 군데서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외교부는 최종 점검을 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하면서 외부 수사기관 의뢰에 대해서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준비기획단이 관리 책임을 사실상 방기했다고 판단한다”며 실무자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외부 수사 기관 의뢰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