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뜰 차례"…코오롱인더, 존재감 드러내다

지난해 코로나에도 선방했지만
경쟁사들 실적 개선에 저평가

올 '큰 폭' 실적개선 기대감
2분기 영업이익 2.5배 늘어날 듯
타이어코드·아라미드 수요 급증
골프웨어 특수로 패션사업도 선전
장희구 사장 "가치경제 구축할 것"
코오롱그룹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선방했다. 매출,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대비 10% 안팎 감소했지만 당초 우려에 비해선 양호한 수준이었다. 반면 “이 정도면 잘했다”는 후한 평가도 없었다. 경쟁사 효성 때문이었다. 한때 섬유산업 패권을 놓고 다퉜던 효성티앤씨는 작년 하반기 이후 ‘떼돈’을 벌었다. 스판덱스 섬유가 역대급 특수를 누렸다. 2년여 전 섬유 사업에서 철수한 코오롱으로선 뼈아픈 일이었다.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효성 계열사 주가가 급등하자 ‘상대적 박탈감’은 더했다. 하지만 올 들어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되면서 반전의 기미가 보이고 있다.

2분기 영업이익 대폭 증가 전망

18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2분기에 9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둘 전망이다. 작년 2분기 영업이익(368억원)의 2.5배 수준이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예상치 843억원을 크게 웃도는 917억원의 이익을 낼 것 같다”고 했다.

실적 개선은 타이어 코드, 아라미드 등 산업자재 부문이 이끌고 있다. 타이어 형태를 유지하고, 자동차의 중량을 지탱하는 역할을 하는 타이어코드 소재로 코오롱은 폴리에스테르를 주로 쓴다. 최근엔 철보다 강하고 고열도 견디는 아라미드 섬유도 혼합한다. 가격은 비싸지만 성능이 좋아져 더 비싸게 팔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백신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람들의 이동량이 늘자 타이어 주문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아라미드가 들어간 고성능 타이어 코드 주문이 늘고 있다. 차체가 무거운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더 많이 팔려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아라미드 사업에서도 큰 이익을 내고 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아라미드 이익률은 30%에 달한다. 타이어 코드뿐 아니라 광케이블, 방탄복 소재로도 활용되는데 시장이 빠르게 성장 중이다. 아라미드 생산 능력은 연 7500t으로 세계 3위다.여기에 작년 적자를 냈던 패션 사업까지 좋아지고 있다. 올 1분기 매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17%에 달했다. 2분기도 10%를 넘길 전망이다. 골프 브랜드 왁(WACC), 골든베어 등이 좋다. 20~30대 젊은 세대가 골프를 많이 치기 시작하자 판매가 크게 늘었다.

BCG 컨설팅 효과…사업확장 의지 확고

사업 확장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는 확고하다. 최근 BCG(보스턴컨설팅그룹)로부터 전략 컨설팅을 받았다. 대대적 투자를 위해선 현재 사업을 정확히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나온 것이 베트남 타이어 코드 증설이다. 2018년 연산 1만6800t 규모로 베트남에 공장을 세웠는데, 내년에 1만9200t을 추가하기로 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회사 전체의 타이어 코드 생산능력이 연 10만3200t까지 늘어난다. 세계 2위 수준이다. 아라미드 생산능력 확대도 검토 중이다. 연 7500t에서 1만5000t으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한다. 회사 측은 “검토 중이나 확정된 바 없다”고 했다.
최근에는 수소 사업에 대한 로드맵도 밝혔다. 장희구 사장(사진)은 지난달 기자와 만나 “그룹 차원에서 ‘수소사업 빅텐트’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수소 생산, 운송, 저장, 활용 등 수소 경제 전반에 대한 밸류체인 구축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미 수소연료전지의 소재인 수분제어장치를 현대자동차 등에 공급하면서 상당한 매출을 내고 있다. 장 사장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 사업을 하나씩 가시화할 것”이라며 “주주와 구성원, 고객 모두에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