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수수료' 비자카드, 한국서 점유율 '뚝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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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해외이용 수수료 인상에글로벌 신용카드 브랜드인 마스터카드가 경쟁사인 비자카드와 국내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리면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비자가 2017년 해외이용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린 데 뿔난 국내 카드사들이 마스터와 제휴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요즘 신규 발급되는 해외겸용 카드의 제휴처 가운데 마스터와 비자 비중은 7 대 3 내지 8 대 2 수준”이라며 “앞으로도 마스터의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카드사, 마스터 제휴 확대
해외겸용 카드 신규발급
마스터·비자 비중 8 대 2 수준
해외 이용 거래분담금도 논란
국내서만 써도 年 1000억 떼가
비자 대비 점유율 확대하는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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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카드사들은 해외 가맹점 네트워크를 갖춘 국제 브랜드와 제휴를 통해 고객들에게 해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 1위 기업인 비자는 2016년까지 국내에서도 점유율 1위였다. 하지만 그해 5월 비자가 해외이용 수수료(소비자 분담)를 기존 해외 이용금액의 1.0%에서 1.1%로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뒤 이듬해부터 적용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지만, 공정위는 2018년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비자는 당국으로부터 제재는 피했지만 국내 고객의 이탈은 피할 수 없었다. 비자 못지않은 범용성을 갖추고 해외이용 수수료가 1.0%인 마스터가 반사 이익을 얻게 됐다. 중국 기업인 유니온페이(은련)는 수수료가 0.8%로 저렴하지만 결제 네트워크가 아시아에 몰려 있다는 게 단점이다. 미국 아멕스는 프리미엄 서비스 혜택이 강점이지만 수수료가 1.4%로 비싸다.비자의 수수료 인상이 국내 소비자 피해로 곧바로 이어지진 않았다. 국내 카드사들이 그동안 증가분인 0.1%를 대신 부담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신상품 가입 고객에게는 이 같은 수수료 지원을 중단했다.
비자·마스터, 국내서만 써도 수수료 떼
비자뿐만 아니라 이들 국제 브랜드가 수수료를 과도하게 챙겨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들 브랜드는 해외이용 수수료 외에도 카드사에 발급유지 수수료와 데이터 처리비, 거래분담금 등 명목의 수수료도 걷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발급유지 수수료는 카드 한 장당 0.2~1달러 수준(연 1회)이며 데이터 처리비는 거래 건당 0.57달러가량이다.특히 거래분담금이 논란이다. 카드사들은 해외이용 금액의 0.2% 내외를 거래분담금으로 내는데, 문제는 해외겸용 카드를 국내에서만 쓰더라도 이용금액의 0.04%가량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는 점이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카드사의 국내결제분에 대한 거래분담금은 매해 1000억원을 웃돈다.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혀 해외 이용실적이 매우 낮았던 지난해에도 1095억원을 내야 했다.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국제 브랜드들이 우월적 지위에 있기 때문에 달리 해결할 방법이 없다”며 “한때 국내 브랜드를 키우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의원은 “해외겸용 카드 10장 중 9장은 해외 가맹점 사용 실적이 전혀 없다”며 “불필요한 해외겸용 카드 남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