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놔두면 100만표 잃는다" 논리에 무너진 '부자 감세'

의총서 찬반 격론 끝 표결
지도부 "이대론 대선 진다" 설득

시가 16억 1주택자 종부세 안낼 듯
내달 국회처리하면 올해분부터 적용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 표결 끝에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방안을 확정했다. 올해 11월 고지서가 나가는 1주택자 종부세 납부 대상을 얼마나 축소할지가 주된 쟁점이었다.

앞서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5일 1주택자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상위 2%’로 바꾸는 방안을 내놨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종부세·양도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송영길 대표 등 지도부의 주장이 의원들에게 먹혀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자 감세’ 두고 찬반 팽팽

이날 정책 의원총회는 부동산특위가 세제 완화안을 설명한 뒤 의원들이 찬성과 반대 측으로 나뉘어 지정토론과 자유토론을 하는 형태로 열렸다. 종부세 부과 대상을 상위 2%로 좁히는 특위안을 내놓은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은 종부세 완화안이 ‘부자 감세’가 아니라고 설득하는 데 전력을 기울였다.

김 위원장은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 85만4000명 중 1주택자는 18만3000명에 불과하고 특위안을 적용하면 9만4000명으로 10.4% 줄어드는 데 그친다”며 “전체 종부세수는 5조8000억원 중 1.2%인 약 659억원만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진성준 의원은 “올해 종부세 부과 대상 주택은 57만 가구로 전체 주택의 3.1%인데 특위는 이를 상위 2%로 줄이자는 것”이라며 “과세 대상 고가주택 3.1%를 2%로 줄이는 것이 부자 감세가 아니고 무엇이겠느냐”고 반박했다.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현행 비과세 기준 9억원은 2008년 설정된 이후 물가·주택가격 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양도세가 실수요자의 생애주기에 맞춘 이사를 어렵게 하는 상황은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 의원은 “양도세 완화는 무주택자와 1주택자의 ‘갭투기’를 조장해 집값 폭등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표 계산’ 놓고도 격론

찬반 토론에 나선 의원들의 시선은 이미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향해 있었다. 종부세를 완화해주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인지 ‘표 계산’을 놓고도 격론이 펼쳐졌다. 김 위원장은 “이걸(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완화) 못 해 서울·부산에서 100만 표를 잃으면 내년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 의원은 “부동산특위안에 따른 종부세 면세 대상은 9만 명에 불과한데 9만 명의 종부세를 깎아준다고 정말 100만 표가 돌아올지는 의문”이라고 반박했다.부동산특위 간사를 맡은 유동수 의원은 그리스 신화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일화를 들며 “종부세 완화를 부자 감세로 접근한다면 우리는 영원히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갇혀 가랑이가 찢어지고 손발이 잘려나가면서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를 맞이할 것”이라고 했다.

투표 결과는 찬성 측의 ‘완승’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종부세와 양도세 모두 꽤 큰 표 차이가 났을 만큼 완화안에 손을 들어준 의원이 많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민주당에서 종부세 완화 법안을 처음 발의했던 김병욱 의원은 “공시가 상승으로 서울 주택의 16%가 징벌적 종부세를 내게 된다는 점에 상당수의 수도권 및 대도시 지역 주민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시가 16억원까지 수혜 기대

민주당의 종부세 상위 2% 부과안이 다음달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가 기준 16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들은 수혜를 볼 전망이다. 종부세 면제 기준선이 공시가 9억원 이하에서 11억원 이하로 오르면서 시가 기준 면제 대상도 13억원 이하에서 16억원 이하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공시가 상위 2%에 해당하는 주택 가격은 앞으로 매년 달라질 수 있다. 종부세 과세 기준일인 매년 6월 1일 공시가 수준에 맞춰 상위 2% 기준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다세대·다가구, 단독 등 일반주택 임대사업자 신규 등록을 중단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방안은 재논의할 계획이다.

전·월세 세제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월세 세액공제 대상은 근로자의 경우 총급여 기준 7000만원 이하에서 8000만원 이하로 늘리고, 성실신고 사업자의 경우 6000만원 이하에서 8000만원 이하로 확대한다. 주택요건은 공시가격 3억원에서 6억원으로, 공제 수준도 월세액의 10%에서 12%로 높인다. 전세 등 주택임차자금 원리금 소득공제 수준은 원리금 상환액의 40%에서 50%로 높이고, 한도는 600만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